2017년 10월 20일에 브라질 상파울루주 까나네이아에서 촬영된 체사레 바티스티.AFP연합뉴스
극우 후보 당선으로 점차 우파로 기울고 있는 브라질 정부가 8년 전 망명한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의 송환을 결정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의 송환을 위한 문건에 서명했다. 대통령실은 "테메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참모진과 협의를 거쳐 바티스티 송환을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테메르 대통령의 포고령 서명은 연방대법원의 루이스 푹스 대법관이 바티스티 체포·수감을 명령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바티스티는 이 같은 소식에 곧바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고령 서명이 테메르 대통령의 독자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으나 내년에 취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이탈리아 정부는 바티스티 추방을 위한 우리의 협력을 믿어도 된다"고 밝혔다. 또한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 형식을 빌려 테러리스트 문제로 빚어진 양국의 갈등이 곧 해결되고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바티스티 추방을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지난달 초 브라질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만나 "바티스티는 중대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그를 추방하는 것이 브라질에 좋은 일"이라면서 그를 추방하기 위해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극좌 무장 조직의 일원이었던 바티스티는 '납의 시대'로 불리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투옥 중 1981년 탈옥해 프랑스 등을 거쳐 2004년 브라질로 도주했다. 바티스티는 199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극좌 무장 조직에 소속돼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바티스티는 브라질에서 3년간 은둔 생활을 하다가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검거됐고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2009년 이탈리아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이탈리아의 송환 요청을 거부한 채 2010년 말 임기 종료 하루 전에 바티스티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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