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느는데 공급량 태부족
'평균 1시간' 조기 발견율 향상..사회공헌기업과 협업과정 성과..지적장애인 등 지급대상 확대를
지난달 18일 대구에 사는 치매환자 조모씨(74)는 배회감지기 덕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봉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됐다. 아들 김성우씨(가명)는 배회감지기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며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경찰청 제공
최근 경찰이 사회공헌형 배회감지기 보급을 점차 늘려가면서 이를 통해 치매환자를 발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종 당시 치매환자를 찾는 데 소모되는 시간도 대폭 줄었다. 그러나 예산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보급 물량이 제한돼 있어 공급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곳곳서 실종 치매환자 발견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대구에 사는 조모씨(74)의 아들 김성우씨(가명)는 어머니가 말도 없이 사라져 불안감에 휩싸였다. 치매환자인 어머니는 실종 경력이 두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세 시간째 집에 들어오지 않자 김씨는 오후 4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당황하던 사이 김씨는 어머니가 배회감지기를 차고 있다는 것이 기억나 배회감지기 앱을 통해 어머니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한 시간 전부터 오봉산 정상 부근에 신호가 고정돼 있었다. 이에 경찰은 해당 지역을 수색한 끝에 한 시간여 만에 조씨를 찾았다. 김씨는 "배회감지기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며 경찰에 수차례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신모씨(72)가 아들이 출근한 사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신씨를 알던 이웃은 신씨가 상가 앞을 지나가면서 '엄마 집을 찾아간다'고 해 치매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배회감지기를 통해 주변을 수색한 결과 신고 23분 만에 신씨를 집 주변에서 찾았다. 신씨는 과거에도 집을 두 차례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에서 인천, 서울로 이동한 바 있어 배회감지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뻔 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이진우씨(가명)가 회사 일로 출장을 간 사이 치매환자인 어머니 조모씨(52)가 안심존으로 설정한 집 200m 반경을 벗어난 것을 배회감지기에서 나오는 알림음을 통해 파악했다. 이씨는 바로 신고를 했고 경찰은 길에서 헤매던 조씨를 15분 만에 찾는 일이 있었다. 이씨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필 수 없어 늘 걱정이 많았는데, 신속하게 찾아준 경찰과 배회감지기를 권해 준 경찰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발견시간 단축… 보급 확대돼야"
배회감지기 효과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배회감지기 보급 이후 실종신고된 보급대상자 49명 전원을 발견했고 평균 발견소요시간도 12시간에서 1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문제는 매년 늘고 있는 치매환자 수에 비해 배회감지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약 70만명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에 달한다. 또 매년 그 수가 급속도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치매환자의 실종접수는 2014년 8207건에서 지난해 10308건으로 늘었다. 올해 11월 기준 1만1313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돼 이미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기업과 협업 과정에서 예산 등의 문제로 배회감지기는 2회 이상 실종된 경험이 있는 상습 실종자에게 배회감지기를 우선 보급하고 있다.
실종 가능성이 있거나 한 번만 실종된 적 있는 치매환자는 우선 순위에서 제외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적장애인과 치매환자는 실종되면 수색시간이 길어지고 장기화되는 특색이 있다"며 "사회공헌기업과 협업으로 상습 실종자에게 배회감지기를 우선 보급하고 있는데, 보급받은 실종 신고자의 발견 시간이 대폭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업이 확장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모두에게 지급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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