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기밀정보 해킹' 중국인 해커 수배 전단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국 법무부가 중국 정부의 지령을 받고 12개 국가의 안보 관련 해킹을 저지른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화웨이 사건'을 계기로 캐나다까지 얽히고 섥히며 인신구속까지 이어지는 등 양국간 신경전이 경제 분야를 넘어 외교, 안보 분야로 확대하는 형국이다.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 사건에 이어 이번 중국인 해커와 중국정부간 연루설이 미중간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미국의 '기술도둑질' 비난에 "중국은 어떠한 상업적 기밀을 훔치는 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고 이를 지원한 적도 없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비난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어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사안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을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화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양국의 협력 관계를 크게 손상하는 일로 "매우 악질적"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외국 정부와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직적인 사이버 기밀 절도와 감청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인 2명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중국에 대한 모략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야만 양국 관계와 상호 협력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자국에 대한 비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 법무부의 중국인 해커 2명에 대한 기소 문제가 협상을 모색중인 미중간 무역분쟁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주요 매체가 미국이 양국간 무역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과도한 조처를 남발하며 '주화입마'에 빠진 상태가 됐다고 비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1일 사평을 통해 미국의 중국인 해커 기소 문제를 두고 미국이 '주화입마'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주화입마는 무협 소설에서 자신의 힘에 취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을 뜻하는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환구시보는 이번 기소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거론한 두 명의 해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발전한 법률 체계를 무기로 대중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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