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월14일 사상 처음으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를 연 이주열 한은 총재가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치를 현행과 동일한 2.0%로 설정했다. 그동안 3년마다 물가목표 수준을 새로 정했던 것과 달리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시장과의 소통 강화 목적으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고,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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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없이 물가안정목표 2.0% 유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0%로 확정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인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주요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의 최우선 고려요소다.
물가안정목표제는 1990년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도입됐다. 한국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 적용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한은은 지난 2004년부터 3년마다 새로 목표치를 제시해왔다.
한은은 소통 강화를 통한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물가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 등이 담긴다. 이에 맞춰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연 2회 개최한다. 기존 물가안정목표치를 6개월 이상 0.5%포인트 이상 벗어날 경우 한은 총재가 실시했던 물가목표 달성 책임 설명회는 사라진다.
또 2년 주기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설명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 확대, 경기와 물가간의 관계 약화 가능성 등으로 물가 상황 및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행빈도가 낮은 별도 설명방식을 정기 설명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국민들의 물가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1%대 중후반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농산물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기여가 축소될 것으로 보면서도 임금상승세 지속, 택시·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임금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1%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오름세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향후 물가경로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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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통화정책 완화기조 지속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9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내년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 성장세 지속, 정부의 적극적 재정운용 등에 힘입어 수출 및 소비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의 상방리스크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 △주요 대기업의 투자지출 확대 계획 등을 하방 요인으로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중국 성장세 둔화 △고용여건 개선 지연 등을 꼽았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해서는 대외리스크 요인의 불확실성이 작지 않은 만큼 그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내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변화가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함께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과 대외리스크 요인 변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하겠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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