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턴 갈구하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오르는 임대료에 휴일없이 일하지만 본전치기도 못해"
"인건비 아끼려 낮에 혼자 버티지만 월 매출 그대로"
"편의점 시작하고 나서 불규칙한 식사와 밤샘 때문에 살이 20㎏ 쪘습니다."
4년 전 경기 성남에서 편의점 운영을 시작한 김모씨(30)는 여기저기 잔병치레가 많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폐기비용은 편의점주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김씨는 밥값과 폐기비용을 아끼려고 편의점 도시락,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편의점 밖에서 잠시 식사할 시간도 없다. 하루종일 편의점 계산대 주위만 오간다. 김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알바생을 고용하지 않는다. 주말도 없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5시간 일한다. 나머지 밤시간에는 최저시급 7530원을 주고 알바생을 고용한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르는 게 큰 걱정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은 없는데 나가는 비용은 더 들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급이 오르면서 알바를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장 매출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정기적으로 고용을 못한다"며 "사장이 오래 근무할수록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월 매출에서 수익은 1100만원이 나오지만 회사 로열티, 임대료, 알바 임금을 제외하고 남는 건 200만원"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근로자는 노동법 보호를 받지만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울타리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도 명목상 사업자이지만 자기 노동착취를 하는 노동자"라면서 "편의점은 본사와 상생안, 전기료, 최저임금 상승 등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임대료 상승 '이중고'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임대료 상승으로 생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영세업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며 소비도 줄어들어 자신을 쥐어짠다. 임대료는 당장 줄일 수가 없으니 직원을 줄이고 장시간 일하지만 들어오는 돈은 적다.
2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전체 비임금근로자는 686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만6000명(0.5%)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 가족사업체 등을 무보수로 돕는 '무급가족 종사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자영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도소매업이나 제조업 위주로 한계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폐업하지 않고 버티기 위해 밤새 일하지만 버는 돈은 근로자보다 적다. 2018년 6월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소상공인 과밀, 어느 수준인가?'를 보면 서울시 소재 숙박·음식점업 소상공인 10만여명의 2015년 기준 평균소득(사업체당 영업이익)은 184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전국 5인 이상 숙박·음식업 근로자 평균임금 2160만원보다 14.8%(315만원) 적은 수준이다. 소상공인이란 직원 5명 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뜻한다.
■휴일 없이 일해도 '본전치기'
3년간 서울 강동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한 이모씨(58)는 최근 알바 한 명을 해고했다. 겨울에는 호프집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씨는 "장사는 점점 안 되는데 인건비와 임대료는 오른다"면서 "임대료가 2년마다 월 15만원씩 올랐다. 별거 아닌 금액 같아도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무지막지한 돈"이라고 했다. 이씨는 휴일도 없이 오후 3시부터 밤 1시까지 일한다. 알바는 한 명만 고용한다. 손님이 몰리는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4시간씩 주 6일간 알바를 쓴다. 겨울에는 비수기이다보니 본전만 찾으면 된다는 심정이다. 여름 성수기 장사를 위해 아무 수익도 가져가지 못하고 유지만 할 뿐이다.
이씨는 "작년 여름에는 월 1000만원 벌던 장사가 올해는 600만원으로 줄었다"며 "여름에 벌어 겨울을 나는데 수입이 줄어 걱정"이라며 "올겨울은 제 인건비도 못 건질 거 같다. 본전치기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저시급이 많이 오르면 안된다"며 "최저시급이 크게 오르면서 2018년이 전년보다 힘들었는데 2019년은 더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 쉬며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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