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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매각설 도는 넥슨, 게임강국 위상 흔들릴라

지나친 규제가 시장 옥좨..숨통 터주는 조치 나오길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설이 나왔다. 3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51)는 자신과 부인 등이 보유한 NXC 지분 98.64% 전량을 시장에 내놓았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다. 넥슨은 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따라서 NXC 지분을 확보하면 넥슨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시장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김정주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의 맏형이다. 1994년 온라인 게임의 효시인 '바람의 나라' 개발과 함께 넥슨을 창업했다. 이후 잇단 성공작 개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도쿄증시 상장(넥슨재팬), 중국시장 진출을 기반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의 값어치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매각이 이뤄지면 국내 최고가 M&A 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애써 회사를 키운 김 대표가 창업 25년 만에 지분을 팔겠다니 시장이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대표는 친구인 검사장에게 공짜주식을 뇌물로 주었다는 혐의로 지난 2년간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5월 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이미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게임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도 악화일로다. 국내에선 심야시간대 PC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가 시행 중이다. 내년 봄엔 이 규제를 모바일게임으로 넓힐지 여부가 결정된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게임을 술·도박·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에도 낙담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봄 총회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게임산업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게임은 IT 강국 코리아를 선도하는 분야로 꼽힌다. 중국 등 외국 경쟁사들은 높은 연봉을 앞세워 국내 게임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중국 거대 IT기업인 텐센트가 유력한 매입 후보로 거론된다. 텐센트는 이미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서비스한다.

시장경제에서 국경을 넘어선 기업 간 M&A를 억지로 막을 순 없다.
지분을 팔지, 말지는 김정주 대표의 자유다. 다만 넥슨 매각설이 나오자마자 시장에서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와선 곤란하다. 정부는 행여 철 지난 규제가 국내 게임업체들을 궁지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