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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낸시 펠로시 8년 만에 하원 의장 재선, 트럼프와 정면 대결

美 낸시 펠로시 8년 만에 하원 의장 재선, 트럼프와 정면 대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의원들의 자녀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007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올랐던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캘리포니아주)이 3일(현지시간) 개원한 116대 의회에서 8년만에 다시 의징직을 맡았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중책을 맡은 그는 당내 반발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투표에서 전체 430표 가운데 220표를 받아 하원의장에 당선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원(캘리포니아주)은 192표를 받아 낙마했다.

■대선 앞두고 당 이미지 쇄신해야
이날 연단에 오른 펠로시 의장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중간선거를 지적하며 "약 2개월 전에 미 국민들은 새로운 여명에 대해 말하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나는 특히 여성 참정권 시행 100주년을 맞아 여성 하원의장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07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으로 당선된 그는 2011년 물러난 뒤 8년 만에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역사상 하원의장 임기를 마친 사람이 다시 당선된 것은 약 60년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8년 전과 같지 않다. 이번 하원의장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5명이 펠로시 의장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올해 만으로 79세가 되며 역대 최고령 하원의장이기도 하다. 투표에 앞서 펠로시 의장을 공공연히 반대했던 민주당의 커트 슈레이더 의원(오리건주)은 "개인적으로 그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민주당이 펠로시 의장의 지휘아래 다수당을 상실하거나 위험에 처할 것 같아 매우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아주 절망적으로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 반대파들은 오는 2020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버락 오바마 정권 시대의 인물이 다시 지도부를 맡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셧다운 놓고 트럼프와 정면 대결
이날 의사봉을 잡은 펠로시 의장과 하원 다수를 점한 민주당 의원들은 개원과 동시에 지난달 22일부터 지속된 연방 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을 끝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통째로 드러낸 새로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다음 달 8일까지 잠정적으로 국토안보부에 현행 수준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과 국무부 등 다른 정부 기관들에 현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9월 30일까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법안들은 하원 통과 이후에도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을 거쳐야 하나 상원 측은 표결 거부를 검토 중이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실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여론전을 벌였다. 그는 "낸시 펠로시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낸시, 축하한다. 엄청난, 엄청난 성취"라고 추켜세운 뒤 "바라건대 우리는 함께 협력해 사회기반시설과 그 외 많은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했으면 한다. 나는 그들이 그러기를 매우 바라는 걸 알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실제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국경 장벽을 화제를 바꿔 "나는 지난주 국경 보안, 국경 통제에 대한 입장을 견지한 데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장벽 없이는 국경 안전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벽이든 장벽이든 무엇이 됐든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된다"며 미국인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실에 들렀지만 질문은 받지 않고 금방 자리를 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