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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춘풍추상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하고, 나를 지킬 땐 가을 서릿발처럼 하라는 뜻이다. 흔히 줄여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쓴다. 이 말은 중국 명나라 말 홍자성이 쓴 명언집 '채근담(菜根譚)'에 나온다.

이 말이 갑자기 사람들 입길에 오른 것은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때문이다. 노 신임 실장은 지난 8일 제2기 청와대 참모진이 발표되는 자리에서 "좀 일찍 와서 (청와대를) 둘러봤는데 방마다 춘풍추상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는 걸 봤다"며 "이 말은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노 신임 실장이 본 '춘풍추상' 액자는 사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각 비서관실에 내려보낸 선물이다.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액자 속 글씨는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던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것이다.

생전의 신 교수는 이 말을 붓글씨로 써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곤 했다. 춘풍추상 네 글자를 큼지막하게 쓴 뒤 그 아래 깨알 같은 한글 글씨체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그중엔 이런 것이 있다.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정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을 돌이켜보면 이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의 잘못은 냉혹하게 평가하는가 하면 자기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신영복의 말은 제1기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새롭게 진용을 꾸리고 있는 제2기 비서진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 신임 실장이 직을 맡으면서 그 일성으로 춘풍추상을 언급한 까닭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처럼 '춘풍추상'하랬더니 '내로남불'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 모름지기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여도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이는 법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