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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슬라임 구독자 117만명.. ‘케미컬 포비아’ 논란 확산

초등생 등 슬라임 만들기 채널 만들고 공유.. '놀이문화'로 확산
최근 붕소·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 부모들 불안감은 더 커져

유튜브 슬라임 구독자 117만명.. ‘케미컬 포비아’ 논란 확산

#. 40대 워킹맘 남혜은씨(가명)는 요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딸 아이와 마주할 때마다 심란하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지난해부터 슬라임 만들기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딸이 슬라임을 직접 만들고 친구들과 온라인 방송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최근 뉴스를 통해 슬라임의 유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슬라임'에 대한 유해성 발표가 잇따르면서 케미컬 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독성물질인 붕소 화합물이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학부모들은 자녀의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물질에 대한 위험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케미칼 포비아는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체 제작, 위해성 판단 어떻게?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유튜브 내에서 슬라임 관련 채널 수는 200여개로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구독자 수를 가진 슬라임 제작 동영상 채널의 구독자 수는 무려 116만7520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슬라임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슬라임'의 유해성 조사 논문에서 시중에 판매 중인 슬라임 30여개 중 25개에서 독성 물질인 붕소 화합물이 유럽연합(EU)의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슬라임 190개 중 76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며 지난해 말 리콜 조치를 내렸다.

주부 장모씨(38)는 "유튜브에서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비롯해 아이들 스스로 슬라임 제작 채널을 만들어 또래와 공유하는 게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며 "아이들이 자체 제작한 슬라임에 대해서는 유해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대 이기영 교수는 "담배와 석면이 해롭지 않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다"며 "정부는 자체 제작에 따른 문제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이 결과에 따라 계몽을 하는 수준에서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미컬 포비아' 우려도

슬라임에 대한 유해성 여부가 지나치게 비약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중에게 공포심을 조장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케미칼 포비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붕산은 나트륨 염의 일종이고 붕사는 퇴적물질에서 나오는 일종의 돌가루를 의미하다"며 "슬라임에 들어가는 붕사의 경우 과거 비누 대용품으로 사용되던 광물로서, 이걸 만진다 해서 생식계통의 이상을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과장되게 강조해 불안을 유발하기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