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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무역항' 부산항 15년간 어떻게 변했나

'국내 1위 무역항' 부산항 15년간 어떻게 변했나
국내 최초 항만재개발이자 한국형 뉴딜 국책사업인 북항재개발사업(2008~2022년)으로 총 8조5000억원을 투입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을 효율적으로 개발, 관리·운영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산항만공사가 2004년 1월 16일 출범한 후 '국내 1위 무역항' 부산항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

급변하는 해운항만물류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뉴욕 뉴저지항만공사, 싱가포르의 PSA,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공사 등과 같은 항만공사(PA·Port Authority)제도가 지난 20004년 국내 처음으로 부산항에 도입됐다. 이후 인천, 울산, 여수광양에도 순차적으로 해당 제도가 적용돼 도로, 철도, 공항에 이어 항만에도 공기업 관리체제가 시작됐다.

부산항만공사(BPA·사장 남기찬)는 2004년 임직원 106명, 자산 3조4556억원, 예산 1434억원에서 출발해 지난해 임직원 220명, 자산 5조9154억원, 예산 848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16일 밝혔다.

세계 2대 환적거점항만으로 발전한 부산항을 거쳐 일본, 중국, 미국 등 제3국으로 향하는 환적물동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일자리와 부가가치에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4년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6개사)의 근로자는 2848명이었으나 지난해 전용부두(8개) 근무자는 5710명으로 2862명이 늘어났다. 물동량 성장에 따라 추후 부산항 신항 서컨 3단계 컨테이너 부두까지 확대 건설될 경우 항만 건설 부문에도 연간 약 7000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 수는 2004년 1만3203척에서 2018년에는 1만5286척으로 2083척 늘어나 15.8% 증가했다. 이 중 5만 톤급 이상 선박은 2004년 1691척에서 2018년 4529척으로 168%나 증가했다. 부산항이 초대형선박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항만시설을 갖춰 글로벌 물류중심기지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산항의 지표들은 지난 15년간 부산항만공사가 항만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 신규 화물집화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얻어낸 값진 결과물들로 평가된다.

1990년대 초부터 항만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순 하역기능에서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 항만기능으로 변모한 것이다.

싱가포르항, 로테르담항 등이 발 빠르게 컨테이너터미널 부근에 항만배후단지를 개발하고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해 항만을 종합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하는 개발 전략을 시도했다. 부산항만공사가 출범한 2004년 배후물류단지가 전무했으나 현재 배후물류단지 419만㎡에 67개 업체(근로자 수 2877명)가 19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해 4240억원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다만 신항 배후물류단지의 경우 화물의 조립, 가공, 분류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당초 조성 목적과 달리 대부분 단순 창고기능을 하고 있어 앞으로 더 다양한 부가가치활동의 공간으로 변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산항의 크루즈 산업도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다. 2004년 18회 입항, 약 6400명의 관광객이 지난해 84회 입항, 약 14만3000명의 관광객으로 늘어 부산항은 명실 공히 크루즈 거점항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7년 부산항대교 통과높이 상향 조정, 시설 개선, 출입국 시간 개선 등을 통해 크루즈 승객의 편의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사드 사태의 여파로 크루즈 산업도 큰 어려움을 겪었기에 기존 중국에 편중됐던 크루즈 승객을 다변화시키고자 대만,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으로 기항지를 확대하고 국내 크루즈 관광객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러시아를 오가는 크루즈 노선도 곧 개발될 예정으로 크루즈산업 분야의 무궁한 성장 잠재력이 기대된다.

부산항만공사는 항만관련산업 중 부가가치가 높은 선용품 산업도 새로운 발전의 장을 열고 있다. 2016년 '제1회 부산항 국제선용품 박람회'를 시작으로 국내 선용품을 세계 시장에 널리 알렸다. 세계선용품산업협회(ISSA) 가입을 지원, 제61차 정기총회에서 43개 정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정회원 가입이 승인돼 2017년부터 44번째 정회원의 지위를 갖게 됐다. 그동안 국내 선용품업체들은 ISSA에 가입하지 못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 공유,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었다. 지역우수 선용품 선정, 국제품질인증 지원 사업 등 선용품 업체 대형화 환경 조성도 주요 과제이다. 오는 10월 세계선용품산업협회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만큼 세계 주요 선용품업체와의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이로써 부산항은 항만의 하역기능 이외에 배후물류단지와 크루즈산업, 항만산업 등의 항만 관련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초 항만재개발사업이자 한국형 뉴딜 국책사업인 북항재개발사업(2008~2022년)에 총 8조5000억원을 투입해 153만㎡에 상업업무지구, 해양문화지구, IT(정보통신)·영상전시지구, 친수공원 등을 개발, 부산 원도심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31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12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제6대 사장으로 취임한 남 사장은 취임한 이래 "사람중심, 현장중심, 안전중심, 일자리중심을 외치며 부산항 경영의 최고 가치는 사회적 가치 실현임"을 강조했다.

이런 기조를 반영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적가치혁신실을 사장 직속으로 신설하고 재난안전부도 신설했다.

남 사장은 "올해를 공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인식을 전환하는 해로 만들 것"이라면서 "고유사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근로환경 개선, 작업안전망 확충, 항만관련산업 성장, IoT(사물인터넷) 기반 혁신성장기반 생태계 조성,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을 중점 과제로 선정, 공공성 강화, 부산항의 구조적 문제 해결, 항만관련산업 선진화 방안 모색, 북항재개발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산항은 관리운영 방식에 있어 커다란 정책변화의 요구와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현재 부산항의 관리주체인 부산항만공사는 터미널 임대업자로 전락하고 공공재인 터미널의 실제 운영은 여러 민간회사가 나누어 갖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항만공사는 정책 조정기능이 없는 관계로 경쟁력 약화와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해 과제로 꼽히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