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기업·경제인들과 연일 소통에 나서면서 정부의 '기업 기살리기' 정책기조가 새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핵심 방점을 찍은 소득주도성장과 소득재분배가 부작용을 남긴 만큼 올해는 경제활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이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정부가 추가 정책을 내놔야 하고, 경제위기는 정치의 위기에서 파생된다는 점을 고려해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줄곧 외면을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포용도 거론됐다. 60여년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주춧돌이던 전경련이 다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홍 부총리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 경제 4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투자 늘리고, 일자리 만들고, 수출활력을 되찾는 데 기업과 경제(영)계에서 조금 더 힘써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말로만 지원을 약속해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해당 기업의 존폐가 걸린 문제인데, 정부와 몇 차례 간담회만으로 위험을 감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부 강성노조, 반기업정서 확산, 기업이 우려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 등 기업의 존속 여부를 위협하고 있는 정책을 계속하면서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투자를 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철학 변화가 필요하다는 해법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도 없애야 한다.
박진근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연세대 명예교수)은 "늦은 감은 있지만 상당한 (소득주도성장 부작용이라는) 비용을 지불한 지금이라도 민간기업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이 생각하는 투자의 마인드가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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