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 바구니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가득 담겨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겨울철만 되면 거리에 버려진 자전거가 급증합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에서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33,731개. 2013년부터 5년간 수거된 것만 11만 5,889개입니다. 각 지자체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와 시행령 제11조에 의거해 도로 등 공공장소에 10일 이상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강제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녹슬 대로 녹슬어 흉물로 전락한 방치 자전거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 속 자전거 바구니를 위에서 본 장면. 종이부터 플라스틱, 먹고 난 아이스크림 콘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 서울시 5개 구에서 확인한 방치 자전거 쓰레기 실태
강북구, 광진구, 중랑구, 송파구, 영등포구 일대를 다녀봤습니다. 지하철역 출구를 중심으로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돼있었는데요. 검은 봉투에 담긴 의문의 쓰레기부터 음료수 캔, 휴지, 전단지, 다 피운 담배, 붕어빵 봉투, 우유팩, 종이컵, 테이크아웃 커피잔, 과자 봉지, 담뱃갑, 아이스크림 콘, 귤껍질 등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바로 근처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를 버린 경우도 있었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다 먹은 양파즙 팩을 버리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낙엽이 쌓인 곳도 있었죠. 송파구청 민원실에 세워진 자전거에도 바구니에 물·음료 병, 구겨진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번화가일수록 더 많은 자전거 바구니에서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찾을 수 있었다. 사진=조재형 기자
서울 각지에 방치된 자전거 바구니 속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 사진=조재형 기자
화물 운반을 위해 자전거 뒤편에 설치된 바구니에도 쓰레기가 투기돼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 쓰레기가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 “쓰레기통 부족하다” 지적도
거리에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지난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서울시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약 7,600개(1995년)에서 2017년 기준 약 5,900개로 줄어들었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심한 지역 위주로 쓰레기통을 더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자전거 바구니에 쌓이는 쓰레기는 누가 치우는 걸까요? 쓰레기를 치우는 담당자는 없었습니다. 광진구 교통행정과는 “가끔씩 사유물이 섞여 있어 (쓰레기) 바구니까지 청소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쓰레기들은 법에 따라 자전거가 수거될 때 같이 치워집니다. 결국 무단 방치 자전거가 수거되지 않으면 쓰레기도 함께 방치되는 구조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있지만 사유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우려해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은 없다. 사진=조재형 기자
그러나 사진과 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현장에서 목격한 물건 대다수는 생활 쓰레기였습니다.
일부 분쟁이 일 수 있다고 해서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여있다고, 또는 쓰레기통이 안 보인다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건 정당화될 수 없겠죠. 몰래 버려지는 자전거, 그 위에 쌓이는 쓰레기 모두 우리의 아쉬운 시민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