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모든 병사들이 일과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데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국방부는 "현재 일부 부대에서 시범 운영 중인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4월부터 육해공군·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한다"며 "3개월 정도 시범 운영한 후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평일 일과 이후인 오후 6~10시, 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다. 일과 후 외출은 다음 달부터 모든 부대에 전면 시행된다. 외출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4시간이다. 단결 활동과 면회, 자기개발 및 개인용무(병원진료 등) 등의 목적으로 외출이 가능하며, 개인 용무를 위한 외출은 월 2회 이내로 제한된다.
이를 두고 신세대 장병에 맞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는 반응도 있지만 군기가 빠진 '당나라 군대'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일과 후 자유, 오히려 사기 진작"
군에 간 남자친구를 둔 L씨(21)는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두고 '당나라 군대'라 비난한 모 국회의원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L씨는 "군인도 개인 시간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면서 "하루 일과를 마쳤으면 취침 전까지 시간은 자유"라고 말했다. 부대 밖에서 휴식을 하든 자기계발을 하든 개인의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현역에 복무 중인 김모 일병은 "시범 운영으로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할 수 있게 돼, 가족이나 여자친구에게 자주 연락할 수 있고 모바일 강의도 들을 수 있어 환영한다"고 했다.
야전 중대장 김모 대위는 "항상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군 본연의 목적인데 갑작스레 병사 복지를 위해 생활관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 병사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강해이로 사고 잦아지면 어쩌나"
국방부가 재외공관 무관부를 통해 조사한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26개국이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 중이다.
이들 국가는 일정기간 군 내 휴대전화 허용 뒤 군 전력 약화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 국방부가 최근 군 장병 휴대전화 허용을 시범 도입한 것도 이같은 근거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한편에선 유사시 군 대응능력을 저하시키고 보안사고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안보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고,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위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휴대전화 사용 이후 기밀사항에 해당되는 각종 군사 시설이나 장비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 유통될 경우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일단 시범실시는 좋지만 각종 부작용을 점검한 뒤 전면 허용으로 갈지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치자는 의견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병사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의 경우 시범 운영 성과가 좋았다"면서 "과거에는 병사를 통제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제 병사들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4월 전면 시행 이전에 세부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며 어떤 제도든 처음 시행될 때는 이런저런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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