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86억원 투자 2030년까지 관덕정 주변 정비 추진
불법 야외 전시장·컨테이너 조성…주민 재산권 침해 '분통'
제주시 삼도2동 도시계획도로 위에 들어선 불법 전시관. 2013년 개관이후 전시작도 그대로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관덕정 주변 활성화 계획이 겉돌고 있다. 구호만 요란할 뿐, 정주권(定住權) 개선은 뒷전이다. 지자체가 되레 불법 건축물을 조성해 도시재생사업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옛 시청 문화공간 활용…보행중심 교통체계 개선
제주도는 제주시 관덕정 광장 일대를 정비해 인구를 유입시키는 내용의 관덕정 광장과 주변지역 활성화 방안을 담은 기본계획이 수립됐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정주환경 조성사업에 168억원 ▷보행중심 교통체계 개선사업 99억 원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 강화 19억원 등 모두 20개 사업에 286억원(국비 17억원, 지방비 252억원, 기타 17억원)이 투입된다.
주거지 입구를 막고 있는 불법 컨테이너와 도로 개설을 위해 철거하다만 화장실 터.
기본계획에는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시청 부지 등을 문화와 복지 시설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옛 제주대 병원(중앙로 14길)과 옛 제주극장・제주화교소학교(관덕로 2길), 삼도2동 주민센터(관덕로 4길・6길, 중앙로 12길) 일원에 문화예술 거점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관덕정 광장 활성화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33억원을 들여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또 2014년부터 빈 점포 임대사업을 통해 현재 13개소 16명의 작가가 입주했다.
주거지 입구를 막아놓은 클린하우스. 인근에 제주시가 소유하고 있는 공터가 있음에도 행정은 민원에 먹통이다.
■ 노상방뇨까지 조장…주거환경 개선 뒷전 비판
그러나 정주권은 뒷전이다. 제주시 관덕로 2길, 옛 제주극장 부지 맞은편 소방도로 부지에는 야외 전시장이 들어서 있다. ‘헛돈’에 ‘불법’이다. 도시계획도로(소2-33호선·폭 8m)용지 보상 후 도로 개설은커녕 85㎡ 규모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게다가 2013년 개장 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전시작이 교체된 바 없다. 오랫동안 방치되다보니, 전시작도 빛바랜 상태다. 민망하기 그지없다.
불법은 또 있다. 옛 제주극장 부지 맞은편 또 다른 도로용지에는 아예 불법 컨테이너 갖다 놨다. 주거지 입구를 불법 컨테이너와 함께 클린하우스로 막아 놔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게다가 가림막까지 쳐놔 노상 방뇨 장소가 돼 버린 상태다. 정주권 개선은 뒷전이고, 되레 불법 건축물을 10년 넘게 방치하면서 주민들이 머물러 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제주시 관덕정 주변 활성화 종합계획 /제공=제주도
더욱이 이 일대는 지난 2005년 제주에서 가장 오랜 도시계획도로인 가칭 ‘삼도대로(옛 제주극장-남문로터리 구간)’ 노선 계획을 공청회는 물론 주민들의 동의 절차 없이 슬그머니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수십 년간 상업지역 적용을 받아 토지세, 건물세, 심지어 도시계획세 등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지켜왔는데도, 행정은 재산권 침해에 따른 보상대책도 없이 주민을 기만하고 ‘삼도대로’ 노선을 무산시켜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관덕정 주변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2016년 7월 지역주민과 관계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총 13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방향을 설정했다.
지난달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간데 이어 오는 6월 용역을 완료하면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제주도는 기본계획 가운데 '보행중심의 교통체계개선' 사업에 내년까지 36억 원(국비50%)을 투입해 완료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문화예술거리 조성이니, 관광객 유치는 수단일 뿐”이라며 “수단이 본질을 위협한다면 주객전도(主客顚倒)나 다름없으며, 사업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정주권이 침해되고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식의 도시재생이라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덕정 인근 삼도2동 문화예술거리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