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여 점포 모인 '한민시장'
하루 1만명 북적이는 대전 대표 전통시장 자리매김
모두의 장날·김장 문화제 등 계절마다 다양한 이벤트 열려
【 대전=김원준 기자】 지난 21일 오후 7시30분께 대전 서구 가장로 한민시장 입구. 아케이드 천장 맨끝에 '한민시장'이라고 새겨진 돌출 조명간판이 이 곳이 시장 입구임을 알린다.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지만 길게 줄지어선 상점들의 환한 불빛과 시장통을 오가는 행인들의 빠른 걸음걸이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늦은 저녁 시간인데도 상인들과 흥정하는 손님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시장명물 막창골목 '전국에 입소문'
시장입구 맞은편 또다른 시장골목에서는 고기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 곳은 한민시장의 명물, 막창집들이 즐비하다.
모두 7개 구역으로 나뉜 시장의 맨 가장자리 7반에 자리잡은 막창골목은 그간 많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이젠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곳에서 가장 먼저 장사를 시작한 가게는 '한민원조막창'. 윤미자 막창집 사장은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딸과 함께 운영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있다. 이 일대에는 막창집과 고깃집, 순대집 등 예닐곱개 가게들이 한데 자리잡으면서 막창골목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윤사장은 "한민시장 막창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라면서 "전통시장에 20~30대 젊은이들이 찾아와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면 상인들도 힘이난다"고 말했다.
한민시장은 농·축·수산물, 의류, 잡화 등 240여개의 전문 도·소매 점포가 모인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시장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하루 1만명에 이른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말. 당시 대전 최초의 대단위 공동주택인 가장주공아파트가 들어서자 그 담벼락에 기대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상인들의 자구노력으로 1981년 3월 '인정시장'으로 등록됐다. 1988년 정부대전청사가 들어서고 대전 서구가 분구되면서 한민시장도 번성하며 호황을 누렸다. 1999년에는 가장주공아파트가 재건축돼 현대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든든한 배후수요로 자리잡았다. 시장반경 1㎞안에 3만 세대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새단장
한민시장은 일반적인 전통시장과 같이 깊은 역사를 갖고 있진 않지만 시장의 다양화를 고민하며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주차장과 화장실, 아케이드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했고 2015년 골목시장 육성사업을 거치며 지금의 깔끔한 모습을 갖췄다.
2017년부터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추진되면서 한민시장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한민시장은 통일된 디자인의 돌출간판과 아케이드 경관조명을 갖추면서 한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전체를 청취권역으로 하는 라디오 방송국과 시장 홈페이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개설돼 시장 인지도를 높이며 고객 유인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한민시장만의 특화상품이 개발됐고, 상인 및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교실도 운영돼 문화시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화상품은 한민시장 정육점 5곳과 야채가게 6곳이 힘을 합쳐 만든 '구이꾸러미'가 있다. 이 상품은 고기와 야채를 한데 묶은 것으로, 한 번 먹을 양의 고기와 야채가 포장돼있다.
엄태석 한민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문화관광형시장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품 등 전통시장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즐기고 관광하는 공간으로 개발하는 시장"이라면서 "이를 통해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유인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민시장 김장문화축제에서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한데 어울려 김치를 담그고 있다.
■김장문화축제, 주민속으로
계절마다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져 고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수시로 열리는 고객체험 및 감사이벤트와 함께 봄과 가을 주말에는 프리마켓, 벼룩시장, 먹거리부스와 이벤트가 결합된 '모두의 장날'이 열리고, 지역의 생활문화플랫폼, 김장문화제 등이 개최된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이벤트는 매년 가을 열리는 김장문화제.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단순히 김치를 버무리는 것이아니라 가족이나 주민·상인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행사다. 행사기간에는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김장재료들은 모두 시장에서 국내산으로 조달한다. 축제가 알차게 진행되면서 하룻동안 열리던 행사는 지난해부터 1박2일 행사로 규모가 커졌다.
축제기간 담근 김치는 모두 인근 지역 복지시설과 소외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지난해 11월 열린 축제 때는 모두 450포기의 김치가 기증됐다.
김종천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시장이 새단장되면서 상인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더 좋아진 것은 물론 고객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편의시설도 확충해 더 좋은 시장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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