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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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맛 칼럼니스트'라는 불리고 있는데, 어떻게 하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됐나?
▲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연재하던 중 담당 편집자가 붙여준 것이다.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웃음)
스스로 맛칼럼니스트를 규정하자면 음식의 맛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모든 행위, 사회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이다. 예컨대 기차를 타면 삶은 달걀이 먹고 싶지 않나. 1960~70년대에는 달걀이 귀해서 상경하는 자식에게 달걀을 싸줬다. 달걀엔 여행, 길 떠남이라는 한국인의 서정이 묻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에서 달걀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맛 혹은 맛집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해 음식을 품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맛집을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맛집이라는 단어도 싫어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어디가 맛집인가 찾지 않나. 나는 맛집을 찾지 않고 지역의 개성이 드러나는 음식점을 찾는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식재료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수요미식회 섭외 제의가 왔을 때도 처음엔 거절했었다. (신)동엽이도 그렇고 (전)현무도 그렇고 우리 방송은 음식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지 맛집 선정 방송이 아니라고 수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남는건 맛집뿐이더라. 의도와 다르게 프로그램이 소비됐지만 어쩔 수 없다,
-맛집을 안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음식의 맛은 차이가 존재할 뿐 최고란 게 없다. 예를 들어 어느 누가 자신의 돈까스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나. 지방에 가도 왜 이런 식재료가 쓰이게 됐는지, 왜 이런 식으로 요리하게 됐는지에 이해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을 문화라고 하지 않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심이지 맛이 중심이 아니다.
-그렇다면 서울을 대변하는 음식은?
▲서울시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서울음식점 100선'이 있다. 서울에서 이름난 한정식, 고깃집 등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서울의 음식은 그런 게 아니다. 이 음식을 먹으면 내가 서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게 서울 음식이다.
그럼 서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천만 서울 사람은 다 어디서 왔나. 지방에서 왔다. 서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주민의 도시다. 그래서 나는 이주민의 음식으로서 서울의 음식을 고르게 됐다. 서울에서 '먹고 살면서' 먹었던 음식으로 설렁탕, 신림동 순대, 영등포 감자탕 등 18개 정도를 꼽은 적이 있다.
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좋은 음식이란, 맛있는 음식인가? 문화를 드러내는 음식인가?
▲맛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복합적인 의미다. 물론 본능에 의해 맛있다고 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 포함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음식이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이 음식을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우치게 하는 것 말이다.
나쁜 음식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크푸드? 그런 건 건강에 나쁜 음식이지 그냥 나쁜 음식이 아니다. 좋은 음식의 기준을 정하라면 일단 어디서 온 재료를 사용했는지, 재료에 성격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조리됐는지, 내 주머니 사정에 부담 가지 않는지 정도가 있겠다.
-떡볶이는 그 기준에 포함되지 않나?
▲떡볶이는 첫 번째 기준에서 부터 실격이다. 떡볶이의 떡은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쌀로 만든다. 이는 원산지 표시도 하지 않아서 어디서 온 지도 모르고 몇 년 묵은지도 모른다. 적어도 5년씩은 묵은 건데 제일 안 좋은 쌀을 원재료로 한다고 봐도 된다. 물론 먹는다고 해서 죽거나 탈 나진 않지만 내 기준에선 어디서 온지도 모르면서 맛있다고 얘기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나.
-사적인 것도 조금 궁금하다. 댁에선 음식을 만드나?
▲일상에서 먹는 음식은 다 한다. 글만 쓰는 것이 음식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순 없다. 직업적으로 음식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음식을 보면 재료나 조리법 같은 것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주인이나 요리사에게도 물어본다. 그런 다음 집에서 재연한다. 물론 100% 재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1년 정도 하다 보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어떤 맛이 나겠다 하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흔히 밥상머리 교육이라고도 하지 않나. 자녀들에게 음식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나?
▲특별히 없다. 사람은 커가면서 준거집단이 달라진다. 처음엔 엄마 아빠의 입맛을 좇아가지만 청소년기에 들어가면 또래의 입맛을 좇게 된다. 전체로 보자면 한 인간의 입맛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라, 어떻게 해라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다. 자식들의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니까. 강요하면 안 된다. 나도 부모님께 그런 강요를 받아본 적이 없다. (웃음)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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