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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옥죄는 美 트럼프, 최종 목표는 쿠바

베네수엘라 옥죄는 美 트럼프, 최종 목표는 쿠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왼쪽 두번째)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합법정권으로 재확인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미 정가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남미 정책이 전임 오바마 정부의 화해기조에서 냉전식 파상공세로 바뀌고 있다며 최종 목표가 베네수엘라가 아닌 쿠바의 몰락이라고 진단했다.

■최종 목표는 쿠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대통령직 인수를 축하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베네수엘라의 싸움에 강력한 지지를 강화하려고 과이도 임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과이도 임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지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미국의 헌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면서 "과이도는 전 독재자 마두로에 반대하기 위해 오늘과 다음달 2일에 열릴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비록 베네수엘라 국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국회로 인해 실권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으로 집권했다며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선언 직후 과이도 의장을 합법적인 정부 수반으로 인정했다.

미국이 이처럼 베네수엘라 내정에 신경 쓰는 이유는 민주주의 복원 같은 순진한 목적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쿠바·베네수엘라·니카라과를 포함한 남미의 3대 좌파정권들, 특히 쿠바를 무력화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부터 손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의 경우 반세기가 넘는 쿠바 억제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화해를 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 직후부터 쿠바 제재 복원을 추진했던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혼란을 활용해 일단 쿠바의 돈줄부터 끊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WSJ는 쿠바 정보부가 베네수엘라 군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쿠바에 무상으로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버스기사였던 마두로 대통령은 젊어서 쿠바로 건너가 공산주의 정치 수업을 들은 뒤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에 뛰어들어 쿠바와 연이 깊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1월 24곳 이상의 베네수엘라 및 쿠바 정부 관계 조직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아울러 마두로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마약조직을 세워 세계 각지의 반미 집단을 지원한다고 보고 있다.

■혼란 속의 베네수엘라
미국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정치적으로 실권이 없는 과이도 의장은 일단 거리 투쟁을 중심으로 마두로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30일 수도 카라카스에는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미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정국의 방향을 쥔 군부가 점차 동요하고 있으며 마두로 정권에 반기를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마두로 대통령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위 당일 공개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미 지난해 5월에 합법적인 대선이 실시됐으니 다음 다선은 2025년에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26일 발표에서 마두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을 투옥하고 부정을 저지른 만큼 앞으로 8일 내 새 대선을 치르지 않으면 과이도 의장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서방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동시에 "나는 베네수엘라의 안녕과 평화, 미래를 위해 야권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용의도 있지만 지금은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야권은 마두로 정부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의 혼란을 두고 중립을 표방한 멕시코와 우르과이는 대화 무대를 모색하고 있다. 우르과이 대통령실은 30일 발표에서 다음달 7일 수도 몬테비데오에 베네수엘라 사태에 중립적인 국가 및 기구들이 모여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