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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News 속 인물] 엘살바도르의 최연소 리더, 나이브 부켈레

[박종원의 News 속 인물] 엘살바도르의 최연소 리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3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가 이날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중심가에서는 청바지에 가죽재킷을 입은 청년이 단상 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대선에서 엘살바도르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37세의 나이브 부켈레였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이 자리에서 엘살바도르의 부패와 폭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1981년 7월 24일에 산살바도르에서 태어난 그는 오는 6월 1일 정식 취임하면 지난해 8월 42세에 콜롬비아 대통령에 오른 이반 두케을 제치고 현직 남미 정상들 가운데 가장 어린 대통령이 된다. 부켈레의 집안은 20세기 초에 남미로 집단 이주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후손으로 그의 아버지는 산살바도르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이맘(이슬람 성직자)이었다. 부켈레는 수도의 센트로아메리카 호세 시몬 카나스 대학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했지만 중간에 그만뒀고 18세부터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광고대행사를 세웠다. 그는 집안 내력을 따라 이슬람 신자가 됐지만 가톨릭 신자와 결혼했으며 신을 믿기는 하지만 종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켈레의 본격적인 정치 경력은 좌파정당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2012년에 FMLN 소속으로 산살바도르 인근 소도시인 누에보 쿠스카틀란 시장에 당선됐다. 부켈레는 임기 중에 산살바도르 시장 선거에 도전했고 3년의 임기를 마치자마자 201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산살바도르 시장을 지냈다. 그는 수도의 시정을 책임지면서 시내 조명시설과 기타 공공시설 재정비해 인기를 얻었고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젊은이들의 생활개선에 신경 썼다.

부켈레는 기본적으로 중도 좌파 성향이나 FMLN 내부에서 당을 이끄는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 현 대통령과 충돌했다. 그는 결국 지난 2017년 10월에 당의 내분을 조장하고 시의회의 여성 FMLN 의원에게 사과를 던져 모욕했다는 혐의로 방출됐다. 그는 지난해 '새로운 생각' 이라는 자신만의 정치운동을 시작했으나 올해 대선을 위해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중도 우파 정당인 국민통합대연맹(GANA)에 들어가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정치적 경력이 짧은데다 중간에 당을 바꾼 부켈라가 53%에 달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는 엘살바도르의 뿌리 깊은 절망 때문이었다. 태평양에 접한 중미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경상도만한 넓이에 637만명이 살아가는 국가로 환태평양조산대에 끼어있는 바람에 활화산만 23곳이 솟아있다. 300여년의 스페인 식민지 생활을 청산하고 1841년에 공화국을 세운 엘살바도르인들은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커피 농업으로 나라를 일으켜 1960년대 이후 촉망받는 공업국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엘살바도르는 1980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보수 우파 정권에 대항해 쿠바의 지원을 받는 좌파 FMLN 게릴라가 12년간의 내전을 시작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1992년에 겨우 FMLN이 유엔의 중재로 무장해제에 동의하고 정치 정당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오랜 내전으로 주요 산업 기반은 파괴됐고 100만여명이 나라를 떠났으며 전국민의 약 3분의 1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치안도 완전히 무너졌다. 현재 베네수엘라 내 마라 살바트루차(MS-13) 등 주요 조직폭력단의 숫자는 약 6만명으로 경찰(2만3000명)과 군대(2만명)를 합한 것보다 많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은 51명으로 미국보다 10배 높았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해야 할 정치인들은 부패외 횡령으로 세월을 보냈다. 엘살바도르 정치는 FMLM이 정당으로 자리 잡고 기존 우파 정당 민족공화연맹(ARENA)이 이에 맞서는 양당 구도가 생겨난 1999년 이후 30년 동안 두 정당이 번갈아 운영했다. ARENA가 정권을 잡은 초반 20년과 FMLN이 대권을 얻어낸 후반 10년간 6명의 대통령이 나왔고 그중 우파 대통령 2명이 부패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좌파 대통령 1명 역시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이웃나라에서 망명중이다.

부켈레는 부패와 폭력 척결을 내세우며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나라의 돈은 도둑이 없으면 충분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반(反)사면 위원회를 구성해 부패 사범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켈레는 이외에도 범죄 조직들과 교섭을 통해 범죄율을 줄이고 사회기반시설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대형 집회나 토론같은 전통적인 선거 운동을 거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부켈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선거 기간 중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자아도취에 빠진 과대망상증 환자'라며 공개 토론회에 나오지 않고 부정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피한다고 공격했다. 미 언론들은 부켈레가 기존 좌우정당들을 공격하면서 반체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보였고 자신의 공약을 위해 법을 피해가는 권위주의적인 독재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켈레가 비록 두 정당들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의회 전체 84석 가운데 GANA가 가진 의석은 단 11석에 불과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과반표(43표)를 얻으려면 어찌됐든 FMLN(23석)이나 ARENA(37석)와 협력해야 한다.

한편 부켈레는 지난달 23일 베네수엘라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정부를 부인하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자 트위터를 통해 과이도 의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FMLM이 같은 좌파라고 지나치게 마두로 정부와 가까웠다며 이를 거부했으며 마두로 정부의 퇴진을 촉구했다. 부켈레는 산체스 세렌 대통령이 추진한 중국과의 협력 확대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계를 끊을 생각은 없다면 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