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선석에 41척 정기 이용…비정기 화물선도 가세
인천·장흥·삼천포 항로 대형 카페리 잇단 취항 선석난
제주도 관문 제주항. 제주와 녹동을 잇는 아리온제주호가 입항하고 있다.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감소세에 있는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뱃길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이는 제주공항이 여객 증가와 함께 활주로·관제처리 용량 포화로 항공 접근성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도 공항 못지 않다. 신규 여객선 유치는커녕 관공선도 배를 댈 곳이 없어 항만 인프라 확충이 절박한 상황이다.
도는 온라인마케팅 강화·제주특화 콘텐츠 발굴과 함께 항공 접근성 한계 극복을 위한 뱃길 관광 활성화를 통해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고 9일 밝혔다. 도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운항을 재개한 뉴스타호(제주-부산)와 뉴블루나래호(제주-완도)에 제주관광 홍보 시설물을 설치하고, 선상 이벤트 지원과 KTX 연계 마케팅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현재 제주항을 드나드는 여객선은 완도 3척(실버클라우드·한일레드펄·뉴블루나래), 목포 2척(퀸메리·산타루치노), 부산 1척(뉴스타), 우수영 1척(퀸스타2), 여수 1척(골드스텔라), 고흥(녹동) 1척(아리온제주) 등 6개 항로에 9척이다.
그러나 뱃길 관광 활성화에 앞서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항 선석 확보가 먼저다. 현재 제주항은 11개 부두에 25개 선석(계류장)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 2~7부두, 외항 9~11부두에는 화물선 14척과 연안 여객선 9척, 관공선 18척 등 모두 41척이 정기적으로 번갈아 선석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물동량 증가에 따른 비정기 화물선까지 포함하면 항만 사정은 더 복잡하다. 제주항에 제때 입항하지 못해 제주시 탑동에서 용담까지 3㎞에 이르는 해상에 임시로 닻을 내리고 정박하는 일은 흔한 풍경이 돼 버렸다.
■ 신규 여객선 취항·여객선 대형화 ‘언감생심'
더욱이 여객선 신규 취항과 대형화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기존 정기 여객선도 배를 댈 곳이 없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예정인 대저건설오리엔탈펄8호.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끊긴 인천~제주 항로에 오는 12월 카페리 오리엔탈펄8호(2만4748톤) 운항이 재개된다. 이전 ‘세월호(6825톤)’보다 3배 이상 크다. 고정 선석이 없다보니, 선사 간 이용시간이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전남 장흥군도 연내 제주-장흥 항로에 여객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하고, 현재 2개 선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경영난에 부딪혀 지난 2015년 10월 뱃길이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또 내년 12월에는 제주-경남 사천 삼천포를 잇는 여객선 항로에 친환경 MGO(Marine Gas Oil·선박용 경유)용 가스터빈엔진이 탑재된 1만9000t급 신조 카페리가 투입된다.
한편 도는 제주항의 만성적인 선석난을 해결하기 위해 1783억원을 들여 10만톤급 1개 선석을 비롯해 화물부두(420m), 해경 경비함 12척이 접안할 수 있는 해경부두(997m)를 조성하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오는 2022년 제주외항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선석전쟁이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