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달 29일 보석 신청
재판부 교체 후 첫 공판서 양측 보석 허가 여부 놓고 격돌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수면무호흡증세로 인해 언제 위급한 상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 측은 ‘황제보석’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사례를 들며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5일 횡령,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열어 보석 신청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들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2심은 정기인사로 기존 김인겸 부장판사에서 정준영 부장판사로 교체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9일 보석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보석 신청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구속 상태를 면하고자 예외적인 특혜를 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한 후 “고령의 피고인은 현재 당뇨와 빈혈, 어지럼증으로 거동이 어렵고, 한 시간마다 잠이 깨는 극도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면무호흡증세가 심해져 언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도 말했다.
변호인은 “이러한 처지에서도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고자 변호인이 간곡히 요청한 외부 의료기관 진단도 마다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에 충실히 참석하고 있다”며 “위급한 건강 상태를 두루 살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도 재판 과정에서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2심 돌입 후 두 차례에 걸쳐 재판부가 변경돼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과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도 보석 사유로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구속 만기까지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 핵심 증인들에 대해 “일부는 장례식장에 방문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니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라며 ”고의적으로 증인출석을 회피함이 명백하므로 구인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만성 장애이거나 일시적, 신체적 현상에 불과해 석방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밝힌 바 있듯이 구치소내에서 치료를 받아 오고 있다. 검찰에서도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며 “일반 사건과 달리 중요성을 고려해 교도관 한 명이 상시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 시 외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또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95조 1항에 10년이 넘는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는 보석 사유에서 제외된다.
재판부의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임의적 보석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 변경과 핵심증인들의 출석 회피 등은 임의적 보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임의적 보석은 최근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에 따라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원칙을 적용해 피고인의 보석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 측의 입장을 검토한 후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종료될 무렵 한 방청객이 “의견을 주장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해프닝이 펼쳐지기도 했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찰, 변호인, 증인만 진술할 수 있다는 말에 방청객은 “시민은 왜 안 되느냐. 법대로 한다는데, 법대로 하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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