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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만에 지각 졸업장 받은 80대 할아버지

미국령 괌에 거주하는 임연생 씨, 밀린 수업료 때문에 졸업장 받지 못해 

63년 만에 지각 졸업장 받은 80대 할아버지
임연생 씨가 지난 14일 경남 함양제일고 교장실에서 63년 만에 지각 졸업장을 받고 있다./사진=경남교육청
【함양=오성택 기자】 본격적인 졸업시즌을 맞아 전국에서 이색 졸업식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경남에서 63년 만에 지각 고교 졸업장을 손에 쥔 80대 할아버지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령 괌에 거주하는 임연생(85) 씨가 그 주인공으로, 지난 14일 경남 함양제일고등학교에서 그토록 원하던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지난 1956년 2월 이 학교 농업과 제4회 졸업생 중 한명이었던 임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졸업식 당일까지 밀린 월사금(수업료)을 내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임씨의 학교 학적에는 ‘졸업’으로 구분돼 있었으나, 정작 임씨 본인은 졸업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이라는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평생 가슴 속에 풀지 못할 한(恨)으로 남았다.

고교 졸업 후 서울과 베트남 등지에서 건설업 관련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임씨는 미국령 괌으로 이주해 거주하던 중, 지난해 미국 예일대학을 수석 졸업한 임씨의 손자가 할아버지 임씨를 존경하는 인물로 거론하면서 임씨의 최종학교 졸업증명서가 필요하자 63년 전 졸업식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임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겨울 모교를 찾아 자신의 사연을 밝히며 졸업장을 받고 싶다는 뜻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이에 함양제일고는 제67회 졸업식에 앞서 지난 14일 교장실에서 임연생 씨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임씨는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괌으로 이주해서 잘 살고 있지만, 항상 고향인 함양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를 준 모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함양제일고는 15일 교내 용문관에서 졸업생 156명을 대상으로 제67회 졸업장 수여식을 가졌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