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미국을 다시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소송이 잇따르면서 정정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전망인데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0회계연도 예산안 심사가 혈투를 예고하게 됐다.
■민주·공화 모두 반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13억8000만달러가 포함된 의회의 예산안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정부 부분 폐쇄(셧다운) 재발은 막았지만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또 다른 혼란을 불러왔다. 비상사태 선포로 트럼프는 의회 동의 없이 국방 예산 67억달러를 포함해 다른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끌어다 멕시코 장벽 건설에 쓸 수 있게 됐다. 미치 매코넬(공화·켄터키주) 상원 공화당 대표는 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당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즉각 이는 불필요하며 헌법을 위반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민주·캘리포니아)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대표와 공동 성명에서 "의회는 모든 준비 가능한 수단들을 동원해 의회와 법원, 공공의 헌법적 권위를 지켜낼 것"이라면서 "의회는 대통령이 헌법을 산산조각 내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비상사태 선언은 줄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주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비롯해 각종 시민단체들은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가 11일 국경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방문한 텍사스 엘패소 카운티도 비영리단체들과 함께 비상사태 선포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헥터 발데라스 뉴멕시코주 법무장관은 국경장벽이 주의 토지사용에 미칠 잠재적 피해, 국경지역의 환경피해 등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 심사 험로 예고
WSJ은 다음달 백악관의 예산안 발표로 시작하게 되는 의회내, 의회와 행정부 간 예산 줄다리기는 비상사태 선포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1일 시작하는 2020 회계연도 예산안 전쟁은 다음달 백악관의 예산안 발표로 시작한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지난 2년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비국방 부문의 재량적 지출을 급격히 감축하는 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1조5000억달러 감세로 인해 2018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7% 증가했다는 소식에 발끈해 지난해 각료들에게 부처별로 예산을 5%씩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행정부는 3월 11일 개략적인 예산안을 공개하고, 18일에는 세부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예산안은 의회에서 곧바로 퇴짜를 받으며 지루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가 제시한 지출 감축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2011년 정한 예산한도를 3000억달러 초과하는 예산에 합의한 공화당은 올해 하원을 장악하며 더 힘이 세진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의회가 새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1년 공화당의 주장으로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2020 회계연도에는 올 예산보다 10% 감축된 1250억달러를 줄여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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