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채굴 크게 늘려 수급 불균형.. 최대 수요국 中 성장둔화도 한몫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부터 석유에 이르기까지 위험자산 가격이 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특히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코발트와 리튬 가격은 바닥 없이 추락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한때 투자자들로부터 각광받았던 코발트와 리튬은 지난해 이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상품가격 정보 제공업체인 패스트마케츠에 따르면 코발트는 지난 6일까지 올 들어 가격이 30% 넘게 폭락해 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리튬은 사정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약세 흐름에서는 별 다르지 않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지수는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하며 수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부 투자자들이 초과공급을 예상해 가격조정에 들어갔던 리튬과 달리 코발트는 충격이 더 크다.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정정불안이 코발트 공급부족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며 가격급등을 불렀지만 코발트 생산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글렌코어, 중국 몰리브덴 등 대형 업체들이 채굴을 확대했고 중소업체들도 가세해 '맨손 채굴' 등으로 공급이 급증했다.
여기에 코발트·리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사정이 바뀌면서 시장 기반은 더 흔들렸다. 중국의 성장둔화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정책 변화 가능성이 가뜩이나 공급증가로 취약해진 시장을 뒤흔들었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언제까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할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코발트와 리튬 가격은 폭락세에 들어섰다. 시장조사업체인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64% 폭증했다. 전기차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과 중국 판매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비록 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 4%에 불과하지만 급격한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핵심 소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은 수급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배터리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 또한 시장을 짓누르는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전기차와 스마트폰용 배터리 수요가 얼마나 빨리 늘지, 기술발전으로 배터리가 이전보다 더 적게 들어가도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정제 코발트가 2022년까지 매년 공급 초과 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발트는 호주와 중남미에도 상당 규모가 매장돼 있어 초과공급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상품 리서치 업체인 CRU의 조지 헤펠 애널리스트는 "DRC의 코발트 채굴 확대 프로젝트들로 인해 상당한 초과공급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격 폭락으로 코발트·리튬 채굴업체 주가도 지난 1년간 50% 넘게 급락했다. 퍼스트 코발트는 주가가 83% 폭락했고, 리튬 아메리카스도 57% 급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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