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1곳당 1회용품 사용 수량과 중량 /자료=환경부
서울지역 장례식장 접시류 사용현황 /자료=환경부
전국 장례식장 접시류 사용현황 /자료=환경부
#. 손님이 북적이는 장례식장. 문상객들이 차례로 돌아가신 분에게 조문을 한 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한다. 이들이 떠난 상에 한가득 놓인 일회용품 식기에 남긴 음식물, 음료수 모두 아래 깔린 비닐을 걷어 보자기 처럼 싼 뒤 쓰레기 봉투에 쑤셔 넣는다. 물밀듯 오는 손님에 음식물을 분리해서 따로 버릴 새도 없다. "께름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요? 3일새 손님들에게 식사는 드려야 하는게 우리 문화고, 또 돌아가신 분 기리기도 바쁜데 설거지 할 여력도 없고, 불편해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쓰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지난해 5월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로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가 시작된지 10개월이 됐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머그잔 사용이 장려됐고 올해 초부터는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이 금지됐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은 여전하다.
■장례식장 한곳에서 월 111t 버려져
19일 환경부와 사단법인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등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에서 일년에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밥·국 그릇 72만개, 접시류 144만개로 추정됐다. 무게만 해도 111.16t에 이른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밥·국 그릇을 제외한 접시류 사용량만 해도 연 2억1600만개로 756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며 80%가 기타 장소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5년 전인 지난 2014년 3월 정부가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되면서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됐다. 그러나 유족이 장례용품을 사거나 상조회사의 제공을 받을 때 제재가 불가능해 종이호랑이와 같은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당시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 등과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및 재활용촉진 협약을 체결해 장례식장에서 버려진 일회용품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1년 정도 진행된 후 이어지지 못했다"며 "올 상반기에 내놓을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 안에 다시 관련 방안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보다 예산지원 선행돼야"
한편 서울시는 정부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산하 시립병원 장례식장 2곳을 '일회용품 안 쓰는 장례식장'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일부 상조회사들도 향후 일회용품을 생분해성 친환경 제품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서울시 폐기물정책팀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은 한 호실을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으로 운영하면서 다회용 식기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며 "보라매병원에서는 1월부터 장례식장 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 식기를 친환경 제품으로 전면 교체해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회용 식기를 사용할 경우 장례비에서 20여만원 정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며 "장례식장들이 초기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별도의 대형 식기살균세척건조시설을 들여 운영을 한다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례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의 한 장례식장 대표는 "이미 지어진 장례시설에 추가로 식기 세척시설 등을 구축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보다 전환을 위한 예산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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