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빅딜 모두 현실성 낮아
'몇년 몇월까지 비핵화' 같은 디테일한 로드맵은 어려울 것
2차 회담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도로·철도·개성공단·금강산 재개.. 민간협력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이인영 의원 약력 △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20대 후반기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19대 국회의원(민주통합당) △민주당 최고위원 △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이번에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미들딜(Middle Deal)'의 성과가 예상된다."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인영 의원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7일 앞둔 2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차 회담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20대 국회 전·후반기 모두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며 17대 국회 때부터 민족 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낼 정도로 남북 문제와 관련, '전문가'다.
내외신을 비롯해 일각에선 2차 북·미 회담의 성과와 관련, '스몰딜(Small Deal)'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빅딜(Big Deal)'까지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두 전망 모두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2차 회담으로 인도적 지원 확대나 유해발굴 송환 등 스몰딜 정도를 북이 받을 생각이었다면 비핵화 프로세스를 애초에 가동할 리가 없기에 스몰딜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대북 경제제재나 비핵화 과정 등 복잡다단하게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빅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비핵화 과정은 풍계리, 동창리, 영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단계적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연계돼 풀어갈 가능성이 높기에 미들딜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2차 회담 이후 남북경협의 시급한 과제로는 도로, 철도,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 재개를 꼽았다. 비핵화 기류가 미국 내 정권교체 등으로 뒤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민간 차원의 경제교류 확대가 비핵화 기류를 거스를 수 없는 제어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심형준 국회팀장
―북한의 최근 경제상황은.
▲북한은 현재 휴대폰 보급률도 꽤 높고, 장마당도 많게는 약 500개까지도 추산된다. 특히 생필품의 70%는 장마당에서 충족한다고 하는데, 이건 더 이상 생필품 조달을 국가가 다 책임질 수 없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개방화도 연도별로 점진적으로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인다. 2013년 농업시장 개방에서 2014년에는 기업책임제를 도입하는 등의 과정을 보면 자유경쟁 체제를 대체시장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로 볼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은 아니다. 베트남, 중국과 같이 (소유권은 아니더라도) 사유재산의 점유권은 인정하는 중간 단계이며, 기업 운영에서도 정부와 당이 일정 정도는 거둬가고 지원도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개방의 흐름은 분명하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 보인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 2차 회담 전망은.
▲실질적 비핵화 과정까지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몇 년, 몇 월까지 비핵화하겠다'와 같은 디테일한 로드맵은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베트남 같은 경우도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하는 과정에서 1995년 수교를 시작하고도 1, 2년 후에 발생했다. 미국 내 무역법이나 무역규제법을 보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 그리고 테러 관련 국가는 안된다는 법안이 있다. 이 부분을 완전히 해결해야 (북한이) 최혜국 대우를 받으면서 경제적 투자를 받을 환경이 조성된다. 그 과정으로 가려면 완전히 핵이 폐기돼야 하는데 그건 단계적으로 종전선언, 평화협정, 수교 단계 등 상응하는 조치로 갈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남북경협을 위한 지원방안은.
▲민간분야의 협력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경제분야뿐 아니라 다방면의 교류를 위한 교류협력기금으로 통일부가 마련할 텐데, 교류협력 수준을 넘어갈 수도 있다. 다만 무조건 재정으로 될 문제는 아니다. 민간기업 투자도 더 많아질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그런 영역에 대한 고민은 우리(국회)가 생각해봐야 한다. 북에서 남으로 오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며, 각 영역의 교류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해운·도로·교통 등 인프라 확장 논의는 각 부처의 역할을 모아 통합적으로 그때 가서 논의하면 된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나.
▲이 부분은 이미 북한에서 양해를 했다고 본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이야기된 부분이기에 주한미군 철수가 북쪽의 전제조건은 안될 것이다. 특히 동북아에서 대북 억지력과 다르게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양해를 할 것이다. 중국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어서다.
―2차 회담 이후 남북경협특위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유한국당이 개성공단, 나진에도 안 가려고 하는 등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차 북·미 협상이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따라서 한국당의 입장이 유연해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한·미 공조가 진행되는데 남북관계를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군사·안보보다 남북 간 경제영역이 더 유연해질 가능성은 있다. 우선 2차 회담 이후 분위기를 지켜보고 활동계획을 세부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문재인정부 초기 탄도미사일 실험도 있었는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 그건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핵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인도, 파키스탄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건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 전 단계에서 이슈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리=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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