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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불인정] 또다시 외면당한 ‘경영상 어려움’.. 타기업 통상임금 소송도 ‘먹구름’

핵심 쟁점은 ‘신의칙’ 적용 여부.. 회사마다 상황 달라 혼선 가중

[기아차도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불인정] 또다시 외면당한 ‘경영상 어려움’.. 타기업 통상임금 소송도 ‘먹구름’

22일 항소심 선고가 난 기아자동차 사건을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서로 신뢰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 즉 회사가 어려워질 줄 알면서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업별로 처한 경영상황이 각기 다른 데다 요구하는 추가 임금 규모도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판결 흐름이 친노동정책을 펼쳐가는 문재인정부 기조에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 재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등 정기적 성격의 임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예외적으로 임금 추가지급으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경우는 통상임금 요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의칙 원칙'에 대해 개략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마다 상이한 임금구조와 경영환경이 다르고, 신의칙 적용 여부의 근거인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 잣대가 없다 보니 주요 기업을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이었고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며 혼선이 가중돼 왔다.

이후 지난 14일 대법원은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추가 임금 규모가 회사의 연매출과 영업이익, 앞으로의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는 법원이 이날 기아차 사건까지 "추가 임금 지급으로 회사의 재정적 부담이 늘더라도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잇달아 내린 만큼 남은 유사소송에서도 노동자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