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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크래프트하인즈 사태에 대규모 손실

버핏, 크래프트하인즈 사태에 대규모 손실
FILE PHOTO: Warren Buffett, CEO of Berkshire Hathaway Inc, tours the exhibit hall at the company's annual meeting in Omaha, Nebraska, U.S., May 5, 2018. REUTERS/Rick Wilking/File Photo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미국 거대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 사태로 이례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그의 투자업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도 폭락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5년 사모펀드 3G캐피털이 크래프트와 하인즈를 통합해 만든 업체로 버핏의 버크셔는 비용절감을 밀어붙이는 3G를 후하게 평가하고 있고, 크래프트 최대 주주이다.

버크셔, 4분기 250억달러 손실
CNN비즈니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23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버크셔가 지난해 4·4분기 250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애플을 비롯해 버크셔가 투자한 업체들의 지분 가치가 급감한데다 크래프트하인즈가 대규모 상각에 나서면서 손실이 크게 늘었다고 버핏은 설명했다.

버크셔는 크래프트하인즈 최대 주주다. 그는 버크셔가 지난해 30억달러를 상각해야 했다면서 "이는 거의 전적으로 크래프트하인즈 보유 지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가 분기손실, 그것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버크셔는 지난해 전체로는 40억달러 흑자를 거뒀고 전체 포트폴리오 규모도 지난해 말 현재 17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버크셔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충고했다. 그는 "버크셔에 대한 가치판단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때때로 버크셔의 수많은, 다양한 사업분야의 세부사항에 지나치게 몰입하곤 한다"면서 "말하자면 버크셔의 경제적 '나무들'에만" 시선을 빼앗긴다고 지적했다. 버크셔 전체의 투자흐름과,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비용절감 무리수가 몰고온 충격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하인즈 케첩으로 유명한 크래프트하인즈 주가는 22일 27% 폭락했다. 시가총액 160억달러가 사라졌다. 이때문에 이 업체 주가는 2015년 양사 합병 뒤 최저치로 추락했다. 150억달러를 상각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계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것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크래프트하인즈 충격은 크래프트하인즈처럼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다른 식품업체들로도 불똥이 튀었다. 캠벨스프는 8%, 제너럴 밀스와 켈로그는 3% 급락했다. 특히 크래프트하인즈 사태는 양사를 통합한 사모펀드 3G캐피털의 경영방식에 관한 심각한 우려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3G는 대대적인 비용절감과 마진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이같은 단기적 목표달성이 장기적인 기업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2년전 1430억달러에 유럽 유니레버를 인수해 크래프트하인즈와 통합하려던 3G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크래프트하인즈 사태로 3G의 경영철학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역시 3G가 통합한 세계 최대 양조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I)도 유럽시장에서 급락세를 탔다. 22일 4% 폭락했다.

ABI 역시 수년간의 '비용절감·마진확대' 끝에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BC 애널리스트 제임스 에드워즈 존스는 크래프트하인즈와 ABI 주가 폭락은 3G의 경영모델 전반에 관해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게 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의 버크셔는 3G의 최대 지지세력 가운데 하나다.

버핏은 버크셔의 대규모 분기손실을 불러온 SEC의 새 회계규정에 관해 또 다시 불만을 나타냈다. 새 규정은 단기 주가흐름에 실적이 급등락하도록 만들어 상황을 극도로 과장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례서한에서 지난해 12월 주가 변동으로 인해 버크셔는 "수일 동안 40억달러가 넘는 '순익' 또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새 회계규정을 비판했다.
또 버핏은 감세혜택을 투자로 돌리지 않고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는 기업행태에 대해 워싱턴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는 비생산적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서한에서 버크셔 역시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릴 것이라면서 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버크셔가 주요 주주인 업체들 상당수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버크셔의 지분율은 자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