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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도로야? 주차장이야?"...상습 불법주차로 서울은 몸살 중

불법주차 여전히 기승
차도와 주차금지 구역은 물론 인도에도 버젓이
지자체에 신고했더니 "이해해주면 안되겠냐"

[현장르포] "도로야? 주차장이야?"...상습 불법주차로 서울은 몸살 중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의 한 도심. 주차금지 표지판 주변으로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 사진=최재성 기자

#. 서울의 한 대형 교회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본인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요일 오전 예배를 위해 교회를 방문한 신도들의 차량이 A씨의 집으로 향하는 도로를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주차돼 있는 한 차량 운전자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예배 중'이라는 문자 한 통이었다. 결국 A씨는 1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일 주택가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우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주·정차가 금지된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침범하는 일부 지역의 불법주차 행태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질 않고 있다. 환경 개선을 주도해야 할 자치단체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 불편신고 등이 도입되며 지역 주민들의 신고가 늘었지만 일부 지자체는 휴일에는 지도·단속이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주차 운전자 "잠시만 기다려라"
일요일인 24일 오전. 서울 소재 한 대형 교회 주변은 예배시간 2시간 전부터 교인들과 인근 주민들 차량이 섞여 북적였다. 급기야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정해진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도 차량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정차 금지구역인 황색 실선 위와 상가 앞 보행자 구역에도 차가 자리했다. 차선이 줄어들었고, 오다니는 차들의 속도도 함께 줄었다. 불법주차돼 있는 차량의 연락처로 '차를 빼줄 수 있겠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장만 왔다.

이 지역을 자주 지나친다는 한 택시기사는 "일요일 오전엔 항상 이렇다"며 비아냥 섞인 웃음을 내비쳤다.

[현장르포] "도로야? 주차장이야?"...상습 불법주차로 서울은 몸살 중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구 인근 도로. 지난달부터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이 시작됐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돼 있다. 사진=최재성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주차 차량을 신고하는 지역 주민들이 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되진 못하고 있다.

주민 박모씨(34)는 "직업 특성상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매번 한 차선을 통째로 막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들 때문에 골치"라며 "최근 지자체에 불법주차 차량을 신고했지만 '단속유보 시간이라 단속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이모씨(29)도 "스마트폰 어플로 신고를 했더니 도리어 구청에서 전화를 걸어와 '조금만 이해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치단체 관리·감독 강화해야
대형 교회 및 다중이용시설 등이 생긴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주차가 자행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들 시설들은 준공 이전부터 주차공간 운용 계획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주차 공간을 사전에 확보한다.

문제는 시설의 규모가 커지고 신도 및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전에 확보한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다.

서울의 한 대형 교회 관계자는 "일요일엔 주변 공터와 아파트 등에 신도들을 위한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셔틀버스 운행과 자원봉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박경아 박사는 "대형 교회 준공 전 교통영향평가에서 시간대별 주차 수요 처리 대책을 평가하긴 하지만 이후의 관리 감독은 결국 지자체의 의무"라며 "준공 전 영향평가 외에 사후에도 주차 수요 처리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자고 제안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치단체의 단속 강화, 교회의 유휴공간 확보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