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 내 친일잔재 1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조연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아직 사용하고 있는 서울 내 학교가 113곳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26일 발표한 ‘3.1운동 100주년,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1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내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이 작사나 작곡한 학교는 초등학교 18개교(공립 13개교, 사립 5개교), 중고등학교는 95개교(공립 27개교, 사립 68개교)였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학교 홈페이지과 제보,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서 조사한 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지 아닌지를 대조하고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분석했다.
이 중에는 독립운동가가 세운 학교지만 친일 인사가 작사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도 있다.
서울 오산중고등학교는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남강 이승훈 선생이 1907년 강명의숙으로 시작해 1926년 오산보통학교와 오산고등보통학교로 거듭난 곳이다. 하지만 오산중고의 교가는 친일 문학가 이광수가 작사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세운 광주 광덕중고등학교 교가 또한 일제 말기 '대일본의 노래' 등을 연주한 경성후생악단의 지휘자, 김성태가 작곡한 교가를 지금껏 부르고 있었다. 현재 광덕중고 측은 TF팀을 꾸려 교가를 바꿀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친일파를 찬양한 가사가 들어간 교가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성남중·고교는 친일 인사가 작사나 작곡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학교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가사인 교가를 사용했다.
가사 중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라는 가사가 문제로 지적된다. 원석 두님은 원윤수와 김석원을 가리킨다. 원윤수는 대표적인 경제계 친일 인사였고, 김석원은 친일 군인이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 과거를 들춰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철거하기에 앞서 이들이 어떤 친일을 했는지 등을 동상에 기록하고 대면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학교구성원들의 친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공론화해 나간다면 민주시민교육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교육청과 서울시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동 TF팀을 꾸려 교육계 친일 잔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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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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