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시계제로' 인 서울의 모습. 사진=김범석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다.
수도권에는 6일 현재 6일째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져 있다. 2017년 1월 제도 도입 이후 연일 연속 발령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9개 시·도에 이어 3월 5일에는 12개 시·도, 그리고 6일은 14개 시·도에 비상저감조치가 발효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현재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첨단과학기술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분야에 따라 영화제목을 빗대 '찾는 놈', '막는 놈', '거르는 놈' 그리고 '바꾸는 놈' 등 출연연구원들의 역할은 다양하다.
■'찾는 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원인과 구성 성분을 밝히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물질을 규명할 수 있는 스모그 챔버를 개발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원인물질을 대형 풍선에 주입한 뒤 화학반응을 통해 물질이 변하는 과정을 관찰, 분석해 국내 미세먼지의 2차적 발생 원인물질 규명에 활용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수준인 것을 발견,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측정기술과 드론을 활용한 배기가스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유해물질 발생 데이터를 생산공정과 연계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타이어 마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와 연구용 챔버를 구축했다.
연구원들이 밝혀낸 연구 결과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국가과학기술연구회
■'막는 놈' 미세먼지 경로 차단
'막는 자'들은 발생 경로에서 미세먼지가 생겨나는 것을 막거나, 발생 수준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의 3분의1 혹은 절반 이상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업계의 미세먼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질소산화물(NOx)의 주요 발생원 중 거의 모든 산업에서 쓰이는 보일러에 적용할 수 있는 플라즈마 버너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가스 형태의 질소·황산화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고온 가스 재순환(Hi-FGR)과 환원제 열분해 방식으로 개발해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원인 물질 발생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불완전 연소로 생기는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율을 조절해 완전연소를 구현하는 저공해 고효율 연소기를 개발했다. 이 연소기는 별도의 후처리 설비를 갖추지 않은 곳에서도 유해물질 발생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각각 입자상(1차 초미세먼지)과 가스상(2차 초미세먼지) 물질 제거 분야를 담당해 초미세먼지와 관련 유발물질을 높은 효율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1, 2차 초미세먼지를 기존 배출량 대비 90%이상 줄일 수 있다.
자료=국가과학기술연구회
■'거르는 놈' 미세먼지는 걸러내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각각 입자상(1차 초미세먼지)과 가스상(2차 초미세먼지) 물질 제거 분야를 담당해 초미세먼지와 관련 유발물질을 높은 효율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1, 2차 초미세먼지를 기존 배출량 대비 90%이상 줄일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은 공동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PM2.5)를 포집할 수 있는 고성능 기능성 나노 섬유 기반 초미세먼지 필터 제조에 성공했다. 이 필터는 기존 포집 필터의 성능을 약 25% 향상할 수 있는 기술로, 낮은 소비 전력으로도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어 자동차용 공기청정기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계 최초로 재활용할 수 있는 세라믹 소재의 미세먼지 필터와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개발했다. 재활용 필터는 차세대 나노소재인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활용해 기공에 걸린 미립자를 태워 제거하는 방법으로 재활용한다. 한편, 초미세먼지까지 필터링하면서도 통기성을 유지하는 특수소재는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 창호에 붙일 수 있는 소재로 3~4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은 서울교통공사와 연세대학교 등과의 공동 개발로 기존 분진 흡입차를 대폭 개선해 초미세먼지 집진 효율을 90% 이상 올린 터널 초미세먼지 제거 차량을 개발해 선보였다. 연구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표준화 과정을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바꾸는 놈' 21세기 환경 연금술사
'바꾸는 자'들은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질소산화물을 아예 무해한 성분인 질소와 수증기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에 얇게 착 달라붙으면서도 질소산화물을 강력하게 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화학연구원(KRICT)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금속 위에 코팅된 촉매는 안정성과 강도가 우수하고 부피 대비 넓은 표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양의 촉매로도 기존 시스템과 같은 정도로 질소산화물을 분해할 수 있다. 노후 경유차와 선박 등에도 촉매 코팅을 적용할 수 있어 교통 분야 질소산화물 배출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세계 최초 상용화 단계 금속 구조체 기반 SCR 촉매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 촉매는 3차원 금속 구조체 표면 위에 최적화된 촉매 슬러리를 직접 코팅해 제조하기 때문에 강하고 열전도성이 높은 데다 제조공정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재활용이 가능해 설치 및 유지보수가 쉽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기존 SCR 시스템과 달리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신개념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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