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정책 중 하나는 증권거래세 폐지 문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이 거래세 폐지 방침은 현행 이중 과세(거래및 양도세) 논란을 종식하고 증시의 혈액으로 불리는 투자자금의 공급을 늘려 증권사장을 크게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에서 거래세가 폐지로 최종 가닥이 잡힐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기재부는 폐지 대신 거래세 단계적 인하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서다. 만일 거래세 폐지가 무산될 경우에는 그동안 폐지 방침 뒤 커진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며 여론의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가 7일 거래세 개선 문제의 중책을 맡아 긴급 투입된 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이원욱 단장을 만나 향후 논의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간 약 4조원 규모의 증권거래세 폐지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어떻게 개편해 나갈 지에 대해서 과세체계개선 TF에서 1차적으로 2개월내 합의점을 찾도록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이원욱 의원<사진>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TF는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토대로 오는 15일 TF 2차 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와 논의 후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늦어도 4월말까지는 TF에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안을 도출한 뒤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당론을 제시하겠다는 로드맵이다.
현재는 주식 거래시 손실을 보든 이득을 보든 매매를 하면 무조건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주식으로 이득을 볼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도 내야해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세수를 걷는 기획재정부 입장은 부정적이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 진행 상황은.
△1차적으로 TF는 내달까지 합의안 도출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그 후에는 당정 협의 통해 논의하고 나머지는 정부에 진행을 맡기자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자본시장 특별위원회에서 TF로 넘어온 개편안을 토대로 종합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재부와는 세수 감소와 개편을 통해 얻는 효과 등 전반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모든 정책 입안과정이 그렇듯, 정부의 수용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또 당정의 공통 고민 중 하나가 시중에 떠도는 1100조의 부동자금이 블록체인, 부동산 등으로 빠지는 것을 다시 자본시장에 들어오게 하고 이 돈이 다시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도 증권거래세 폐지로 이렇게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고통을 감수하지 않겠는가. 이를 뒷받침 할 근거들을 찾아보고 논의중이다.
―폐지만이 능사인가.
△자본시장특위의 개편안과 여러 자료들을 검토 중인데, 현재까지는 증권거래세가 폐지되고 거래량이 늘거나 줄었다는 결론을 내기 애매한 상황이다. 향후 국내 경제 상황을 둘러싼 여러 대외적인 변수도 고려해야 하는데, 만일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는데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돼 되려 거래량이 줄면 세수도 줄고 증권 거래량도 줄게 되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것인지.
△현재는 자본시장 과세가 누더기 법안이라 전면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펀드, 주식, 채권 등 각각 과세를 하다보니 이중, 삼중 과세가 되고 있다. 전체적인 원칙을 세우고 수익금에 대한 정당한 과세를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상속세 개편도 관심사안인데.
△일각에서는 가업상속이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이건 분명히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법이다. 대기업들은 가업상속 고민 자체를 안한다. 대기업은 이미 세대 교체가 다 된 상태다.
그런데 중견기업만 봐도 이제는 한국경제 규모가 워낙 커졌다. 1차 협력업체들이나 중견기업들의 기업규모가 1조원이 그냥 넘어가고 한다. 그런데 1970년대 말 사업을 시작해 가업을 키워놓으신 분들을 기준으로 보면, 40여년이 지난 지금 세대 교체를 앞둔 시기가 된 것이다. 세대 교체를 앞두고는 상속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 이상으로 기업키우기를 포기하거나 가업 상속을 아예 포기하고 기업 자체를 팔아넘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법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일례로 농우바이오란 기업이 있었는데, IMF때 중국으로 다 넘어간 여타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농우바이오는 생존한 거의 유일무이한 바이오사였다. 하지만 오너가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아들에게 상속을 하려고 했지만, 상속세가 너무 커 결국 아들은 승계를 포기하고 농협에 회사를 팔게 된다. 물론 농협에서도 회사를 잘 키우지만 가업을 이어받았을 경우 더 경쟁력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별 문화 차이도 있다. 독일, 한국, 일본과 같은 기업은 가업으로 잇고 싶어하는 특징이 강하다. 반면 미국과 같은 나라는 또 가업을 중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문화에서 법이 발목을 잡으면 중견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을 수 밖에 없어 이 법을 발의하게 됐다.
만일 이 법안이 발의되지 않는다면, 3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중견기업은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음에도 더 성장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성장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결국 일자리 문제도 동반될 수 밖에 없다.
―TF에서 제로페이 소득공제 확대 방안도 논의중인데.
△현재 연 매출 8억원 이상의 중소 상인들에 대해서는 제로페이 소득공제가 최대 40%까지 되며, 나머지 기업들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최대 30%까지 소득공제를 하고 있다. 이 부분을 기재부와 여당이 논의해 40%로 일원화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관련 입법도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신용카드 공제는 15%인데, 이 부분을 약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여가면서 카드사와 납세자들의 수용성도 고려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로페이의 소득공제률이 얼마인지 잘 모르니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방안 중 하나가 주유소에서 결제하는 과정에서 제로페이를 선택할 수 있게 포함시키고,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소득공제를 40% 받는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 방식에 대해서는 주유소협회와 논의 중이며,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 국세청과 논의중이다. 국세청에 소득이나 부가세를 신고할 때 가맹점 모집 광고를 통해 제로페이 소득공제 비율을 알리는 방식을 강구 중이다.
―올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경제적 성과가 있다면.
△어떠한 성과 도출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본다. 얼마전 사회적 대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 방안을 일부 합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헬조선 분위기는 만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시기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자기 생활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있다. 실제로는 중산층이지만 자신이 빈곤층이라고 느끼는 국민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 20%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국민 정서를 잠재울 수 있는 건 '공정한 사회' 확립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내야 헬조선과 청년들의 불안함 그리고 양극화를 불식시킬 수 있다. 사실 이게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 입안자가 와도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양극화는 큰 갈등을 조장하고 결국 사회가 극단적으로 될 것이다.
이는 역시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문제도 되지만,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김동연 부총리 시절 대정부질의 시간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두라고 했는데, 긍정 검토를 하기로 하고 수장이 바뀌었다.(웃음)
pja@fnnews.com 박지애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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