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하면 사람들이 와인을 편하게 먹을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가격이 싸야, 쉽게 고를 수 있어야, 한식이랑 잘 어울려야겠더라고요"
그렇게 나기정 대표(40·
사진)의 '와인주막차차'가 탄생했다. 가격은 합리적이고, 고르기 쉬우며 음식은 익숙하다.
나 대표는 영국왕립농업대학교를 졸업했다. 연극과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꿨지만 '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MW(Master of Wine)'를 알게됐다. 당시만해도 전 세계에선 200여명, 아시아에서는 단 한명만 가지고 있던 자격증이었다. 그 길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졸업 후 와인MD(MerchanDiser·상품기획자)일을 했다. 긴 외국 생활과 인종차별 등에 지쳐갈 때 즈음, 한국의 와인수입사 '아영'으로부터 MD 제안이 왔다. 흔쾌히 서울로 돌아와 아영에서 5년을 일했다.
"그때부터 제 목표는 사업이었어요. 영국에서 본 한식집들은 정말 한국인들만을 위한 곳이었거든요. 와인과 한식을 접목시킨 모던한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었죠"
와인주막차차를 처음 시작했던 2013년 당시만해도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은 와인바가 대부분이었다. 와인바의 주 수입원은 와인이다. 와인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나 대표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컨셉을 생각했다. 와인에서만 수익을 남기려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가격은 내려갔다.
사람들이 와인에 좀 더 친숙해지도록 '와인사다리'도 만들었다. 레드, 화이트, 달콤, 안달콤 등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숫자가 나온다. 숫자별로 와인 리스트가 준비돼 있다. 나 대표는 "유학 당시 논문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와인주막차차에 옮겨왔다"며 뿌듯해했다. 해당 논문은 '최고 논문상'도 수상했다.
차차가 가지고 있는 '와인의 대중화, 한식의 세계화'라는 슬로건 답게 한식메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와인주막차차의 시그니처 메뉴는 차돌을 육회에 싸먹는 '차육쌈'과 '차돌라면'이다. 나 대표는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매칭은 없다"며 "그날 먹고싶은 음식과 마시고 싶은 와인이 가장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식 중에서도 와인의 바디와 비슷한 음식, 지나치게 달거나 매운 음식은 피해서 추천하는 등 기본적인 메뉴얼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식과 와인의 만남이라는 어색한듯 자연스러운 만남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대낮부터 와인바에 손님들이 줄을 섰다. 직영을 10개까지 내며 와인카페, 잔 와인가게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지만 이내 인생의 쓴맛을 봤다. 지금은 와인주막차차에 집중한다. 다음달에 오픈하는 점포 2개를 포함하면 벌써 가맹점이 15개나 된다.
나 대표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간편식 형태의 메뉴로 운영할 수 있는 매장도 실험 중이고,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와인 시장이 곧 빵 터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치소비가 대세잖아요. 거품이 아닌, 진짜 와인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거죠. 시장과 가격도 크게 한번 변하지 않을까요?"라며 웃는 나 대표의 눈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보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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