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제재를 어긴 정황이 담긴 사진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갔고 이 사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담기지 않도록 정부가 총력외교전을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14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연례보고서에는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담겼다. 해당 사진에는 남북 정상과 함께 대북제재 대상인 고급 외제차(벤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사진은 연례보고서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함께 나온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례보고서에는 벤츠는 물론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차량이 대북제재에서 규정한 사치품임이 명시됐다. 또 이 같은 내용과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벤츠에 탄 사진, 해당 벤츠가 지난해 3월과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이동하고 있는 사진이 함께 제시됐다.
이 당국자는 "또 제재위가 청와대 경호처에 해당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요구했다는 것도 실제로는 제재위 소속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11월 주유엔대표부에 서한을 보내왔고 이를 외교부가 접수했으며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알렸다"고 해명했다. 또 개성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에 쓰기 위해 유류를 반입한 것이 대북제재 위반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측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번 연례보고서에는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쓸 유류를 반출한 것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우리 정부에 서한을 발송했고, 이에 우리 정부는 "남측 인력의 사업이행을 위해 석유제품을 사용했으며 북한에 경제적 가치 이전은 없다는 사실을 보증한다"고 밝힌 내용이 들어갔다.
연례보고서에는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 즉 '모든 회원국은 북한으로의 모든 정제 석유제품 이전을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사실상 우리 정부가 제재를 위반한 것을 적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에 우리의 위반사항이 기술된 바 없고, 이를 기본으로 해서 상황을 파악하면 될 것"이라면서 "제재를 어겼다면 보고서 상에 위반을 했다는 사항이 기술됐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연례보고서는 제재위 전문가패널이 1년에 두 번 발간하는 자료로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의 결의를 이행하는 참고자료로 쓰인다. 연례보고서의 내용을 숙지해 제재를 이행하는 셈이다. 이번 연례보고서는 미·영·프·러·중 안보리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일본·싱가포르가 참여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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