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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소 카풀업계의 이유 있는 항변

중소 카풀업계가 14일 택시·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냈다. 업계는 선언문에서 대타협기구 합의를 "카카오에 향후 모든 모빌리티 사업을 밀어주는 결정"이라며 "대기업과 택시업계 기득권끼리의 합의"라고 비난했다. 이어 "신규 사업자도 모빌리티 혁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카풀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여당과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카풀 서비스를 출퇴근 때 하루 4시간만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발표 직후부터 안한 것만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못 박은 것이 오히려 승차공유 사업을 규제하는 족쇄가 될 수 있어서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풀러스 등 중소 카풀 3사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표성 문제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카풀업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해도 다른 사업으로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카풀업만 전업으로 하는 중소 업체들은 수지를 맞출 수 없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둘째는 출퇴근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명시한 것이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현재도 자가용의 출퇴근 시간 유상운행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출퇴근 시간을 특정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으로 못 박은 것은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 된다. 게다가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는 추세와도 어긋난다.

모빌리티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세계적으로 혁신 경쟁이 치열하다.
승차공유뿐만 아니라 드론, 자율차 등 미래의 이동수단이 어떻게 변화할지 1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정부가 규제의 틀을 정해 신기술을 막으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혁신을 막는 카풀 합의를 전면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