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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신재생에너지 도약 원년… AI 접목 등 발전소기술 혁신 할 것”

"근로자 중심 안전시스템 제도화..대기오염물질배출 70% 감축 등 안전과 환경 가치 모두 지킬 것”

[인터뷰]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신재생에너지 도약 원년… AI 접목 등 발전소기술 혁신 할 것”

"안전과 환경은 독립된 대등한 가치이자 책임입니다"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은 지난 15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던 원치않던 발전사업자가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는 안전과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전소 근로자 인명사고와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로 발전 공기업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발전사들이 안전·환경에 앞서 '생산성'에 우선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공기업으로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안전'은 박 사장의 경영가치 1순위다. 그는 "작업자 개인의 책임 이상,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회사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 작업 공정과 환경을 안전하게, 촘촘하게, 제도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경영진은 (위험작업) 현장에 더 자주 찾아가고 현장 근로자 중심의 안전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현재 매달 한번씩 경영진의 현장안전 점검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월엔 협력사의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협력부도 신설했다. 사업장 위험을 예방 관리하는 국제표준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인증도 획득했다. 위험지역 작업자의 몸에 부착한 센서로 사전 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밀폐공간 안전관리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미세먼지 재난'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서 '환경'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사장은 "동서발전은 2030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2015년 대비 70%까지 줄여나가 국민의 건강권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동서발전은 '사람 중심·공공성 강화를 위한 환경경영 종합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올해 안에 2015년 대비 오염물질배출량 37.8%, 초미세먼지 26.1%를 감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11기의 경우, 올해 중 361억원을 투자해 질소산화물 저감 설비를 구축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동서발전은 2030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5%를 달성하겠다(3025 재생에너지 로드맵)는 도전적인 목표를 지난해 수립했다. 박 사장은 "올해는 '신재생에너지 대약진의 해'다. 올해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년보다 240% 많은(착·준공 기준) 448MW 설비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남 영광에 국내 최대 140MW 풍력단지 서해안 윈드팜 조성(국산기자재 100% 사용) △울산 해역에 200MW 부유식 해상풍력 조성 △충남 서산에 세계 최대 50MW 수소연료전기 발전소 건설 등이 지난해부터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대표 프로젝트다.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발전업계에서 박 사장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는 "수업료를 더 내겠지만, 안해본 것은 우리가 먼저 해보자"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태양광패널 청소로봇의 실증 검증 △드론을 이용한 태양광·풍력 설비 점검 △발전소 보일러 터빈 진동 감시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박 사장은 "당진화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태양광 청소로봇'을 한달간 실증했더니 효율이 최대 7.7%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발전소에 적용할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많다. 지치지 않고 제 임기내 여러 가지 발전소 기술혁신을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의 안전·환경·4차산업혁명의 경영 가치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소통'이다. 그 중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다. 박 사장은 "당진 화력발전 증기터빈 등 설비를 리트로핏(개조)하면 연간 130만t 탄소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환경적 의미를 주민들에게 이야기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서발전은 2조원을 투자해 당진화력 발전 1~4호기 설비 개조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석탄화력 수명연장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도 1000㎿급 1기 가스복합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인데, 지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0년 공직을 끝내고 지난해 2월 동서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 동서발전의 비전과 이에 맞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노래하듯이 얘기하는 게 이 네가지 가치다. 임기 2년차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실행하겠다. 임기내'열매'를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씨앗을 뿌리겠다"고 했다.


동서발전은 당진(석탄화력), 울산(중유·천연가스 복합), 여수(석탄), 동해(바이오화력), 일산(복합화력), 경주(풍력) 등에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설비용량(1만1954.4㎿)은 국내 전력시장 점유율의 9.5%다. 임직원은 2570명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