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9조원 규모 추경 권고.."올해 세금 빚갚는데 많이 써 재원에 제약"
"홍남기 (경제부총리) 는 '살아있는 통계'다..단점은 공무원 같다는 것"
'당·국민 뜻 모아지면 대선 출마 의향 있는지' 재차 묻자 "황홀한 덫이긴 한데…"
몽골, 중국을 공식 순방하기 위해 지난 25일 서울공항에서 출국 인사를 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이 총리는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몽골, 중국 하이난다오(보아오포럼), 충칭을 순방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추경)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규모에 대해선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9조원) 만큼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연속 추경 편성이다. 재원 부족 등으로 당초 계획한 9조~10조원 규모에는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지난 28일 중국 충칭에서 순방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세먼지 추경'에 대해 "미세먼지 관련법이 통과돼 (정부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건 (올해 바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추경 편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 총리는 "국가재정법 상에 재난이나 대량실업과 같이 미세먼지도 추경 요건에 해당된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미세먼지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했고, 국가재정법에 따른 추경 편성이 가능해졌다.
이번 '미세먼지 추경'은 문재인 정부 3년 연속 추경이다. 이에 추경 규모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이 총리는 "IMF가 권고한 정도까지 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원(세계잉여금 및 기금 등)의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세금이 많이 걷혀서 (추경을 충분히 집행) 그랬는데, 그 세금들을 빚 갚는데 많이 썼다. 남아 있는 게 많지 않다. 써야 할 곳은 있지만 재원의 제약이 있다. IMF 권고 만큼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앞서 IMF는 정부 목표인 2.6~2.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5%, 즉 9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 예산을 전년보다 9.5% 많은 47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잡았는데, 3월초부터 추경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재원이 넉넉치않아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 국채발행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26일 국회에서 "세계잉여금으로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원 미만이다.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각종 특별회계 등의 기금 여유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리커창 총리가 40분에 걸쳐 보아오포럼에서 한 기조연설을 보면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외 경제가 높은 나라는 하방압력이 더 큰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총리는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는 건 정책의 유효성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정부 고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리더십 부재' 비판에 대해, 이 총리는 "경제의 모든 것을 부총리가 할 거라는 생각은 90년대 초도 아니고 (이제는) 수정될 필요가 있지 않느나"며 3년차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결정이 청와대와 내각 협의 중심으로 변화된 기조를 확인했다.
이어 이 총리는 "(홍 부총리의 장점은) 업무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는 사람이다. 내가 홍남기 (부총리)랑 일하고 나서 통계를 외우질 않는다. '살아있는 통계'다. 단점은 공무원 같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중간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선 좀 더 실질적인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리는 "리커창 총리가 한 공식적 발언은 행적 조직을 통해 바로 하달되는 걸로 알고 있다. 양국 정부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서 힘을 갖고 실무적인 교류 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 총리는 지난 27일 하이난다오 보아오포럼을 계기로 중국 리커창 총리와 처음으로 만나 양국 경제협력 복원,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총리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이 총리는 "6월에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10월에 일왕 즉위식이 있다. (일본 방문은) 자연스러운 기회를 봐야겠다. 할 수만 있다면 도쿄 뒷골목 같은 곳에서 술 한잔하며 일본 시민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일본 지도자들의 자제를 촉구할 때만 (일본 정부 측에)세게 말한다. 지도자의 틀린(잘못된) 발언, 과도한 이야기, 없었던 것을 있었던 것처럼 말할 때 경고를 줘야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 등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 총리는 "별로 생각을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만일 당과 국민의 뜻이 모아진다면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를 재차 묻자 이 총리는 "황홀한 덫이긴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이 총리는 "대학 졸업 이후 인생도 어떻게 흘러가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지 계획을 짜고 온 게 아니다.
앞날도 그다지 계획 갖고 있지 않고 제 맘대로 할 수 없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5일부터 6일간 몽골, 중국 하이난다오(보아오포럼), 충칭을 순방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총리 등 지도자를 만나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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