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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업 13% 이자도 못내는'좀비'

초저금리로 도박성 투자 늘어 
금리인상땐 글로벌 경제 타격

선진국 기업 100곳 가운데 13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생산성 높은 기업에 돌아가야 할 투자와 고용을 잠식해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그나마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의 노동시장 활황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금리인상을 촉발하게 되면 연쇄도산으로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비즈니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보고서를 인용해 선진국 기업 536개, 전체의 13%가 좀비기업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메릴린치는 지난해 세계경제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가 놀랄 만한 수준이라면서 이는 2008년 경기침체 당시의 좀비기업 숫자인 626개에 비해 그리 적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 수석투자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인터뷰에서 그나마 "지난번에는 모든 업체의 순익이 붕괴됐던 터라 좀비기업이 되기가 쉬웠다"고 말해 지금 이처럼 높은 수준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트넷을 비롯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좀비기업 급증세의 원흉을 초저금리로 보고 있다. 초저금리와 넘치는 돈이 도덕적 해이와 자원배분 왜곡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돈 때문에 기업들은 값싸게 돈을 빌려 수익이 낮은 곳에도 투자하고, 투자자들은 위험한 기업에 도박성 투자를 감행한다.

2008년 금융위기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0년 가까이 제로금리를 유지했고, 채권매입을 통해 4조5000억달러를 시장에 푸는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시중에 돈을 쏟아붓고,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린 후폭풍이다.
연준이 2016년 첫번째 금리인상과 보유채권 매각에 나서며 통화정책이 중립으로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세계 경기둔화 우려 속에 지난달 20일 올 기준금리 동결로 정책방향을 틀면서 다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80%까지 내다보고 있다. 또 올 중반 첫번째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인상시기를 연기하면서 유럽, 일본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