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강변 휴대폰 집단상가 불법 보조금 여전
일반 판매점 손해 막급
방통위 "상시 모니터링 감시"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휴대폰 집단상가/사진=이진혁 기자
"얼마 보고 오셨어요?"
지난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에 상인들이 고객들을 불러세웠다. 최신 휴대폰인 갤럭시 S10을 보러왔다는 말에 상인은 말없이 계산기를 건넸다. 가격을 먼저 제시하라는 것이다.
한 상인은 "가격을 흥정한 사실이 녹취되면 영업정지 당할 수도 있다"며 "계산기로 원하는 가격을 적어주면 알아서 진행하겠다"고 귀띔했다. 상점 한켠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통지서가 부착돼 있었다.
■"발품 팔면 싸게 살 수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휴대폰 판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판매 수수료)가 판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테크노마트와 같은 집단상가의 불법 리베이트를 '은어'로 표시하며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어 애꿎은 일반 판매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과징금 부과를 통해 불법 보조금 지급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지만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날 테크노마트 9층을 찾은 고객들은 당당하게 불법 리베이트의 존재를 알고 상인들과 흥정했다. 한 고객은 인터넷에 매일 업데이트 되는 휴대폰 시세표를 보여주며 갤럭시 S10e모델을 구매했다.
이 고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불법 보조금을 '별'이나 '징'같은 은어로 표현한다"며 "테크노마트에서 발품 팔면 대리점의 반값에 살 수 있다. 굳이 '호구' 될 필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기자가 갤럭시S10 모델을 요구하자 한 상인은 "지금은 번이(번호이동, 통신사 이동)가 기변(기계 변경)보다 혜택이 많다"며 "인터넷과 TV를 함께 바꾸면 (보조금을) 많이 챙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불법 리베이트 휴대폰 시세. 인터넷 화면 캡쳐
■방통위 "상시 모니터링 가동"
단통법에도 불구하고 집단상가에서 불법 보조금을 제공함에 따라 판매량도 몰리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서울시 전체 휴대폰 번호 이동 실적의 33%가 집단상가에서 나왔다. 서울 전체 휴대폰 판매점 중 집단상가 판매점 수가 8%에 불과하다. 집단상가는 휴대폰 판매점 수백개 이상이 모여있는 곳을 일컫는다. 서울 신도림과 강변 테크노마트가 대표적이다.
불법 리베이트 때문에 일반 판매점들을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휴대폰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손님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시세표를 들이미는데 짜증이 날 지경"이라며 "불법 보조금을 주지않는 이상 절대 맞춰줄 수 없는 가격이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폰파라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2013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약 6년 동안 폰파라치에게 지급된 포상금은 총 288억8522만원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이후 총 3만4859건 중 2만6076건에 포상금이 지급됐다.
이에 대해 주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달 20일 공시지원금을 초과 지급한 이동통신사 3사에 과징금 28억51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도림이나 강변 같은 집단상가의 불법보조금 문제가 심각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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