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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부테플리카 철권 통치 종결, 정권 이양은 아직 멀어

알제리 부테플리카 철권 통치 종결, 정권 이양은 아직 멀어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EPA연합뉴스


지난 20년간 알제리를 철권 통치했던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1달 이상 지속된 반정부시위에 백기를 들고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시위대측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기성 여권 전부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평화로운 정권교치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알자지라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국영 APS통신을 통해 사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나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알제리를 그들이 원하는 미래로 가져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영혼과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당선 이후 4선 연임에 성공했던 그가 사임을 결정한 이유는 시민들의 시위와 군부의 압박 때문이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1962년에 독립을 하긴 했지만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민족해방전선(NFL)이 1당 독재를 하는 국가였다. 이후 알제리는 군부 쿠데타로 사회주의 국가로 변신했으며 1989년에야 자본주의와 다당제를 도입했다. 다당제 도입 이후 출범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인 이슬람구국전선(FIS)는 1991년 총선에서 집권 NFL을 압도했고 군부는 또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를 뒤엎었다. 알제리는 이후 약 10년간 군부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간의 내전에 휩싸였고 1995년에야 독립 후 처음으로 다당제 선거를 치렀다. 과거 식민지 시절부터 독립운동으로 입지를 쌓었던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4년에 군부와 NFL의 도움으로 취임해 이슬람 반군 수천명을 석방하며 사회 화합을 모색했다.

그는 그러나 2008년 개헌으로 종신대통령의 길을 열고 4차례나 임기를 늘렸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 2월 뇌졸증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도 또 다시 대선에 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전국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2016년 유가 붕괴 이후 망가진 경제와 치솟는 청년실업률, 부패한 여당과 군부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일단 지난달 11일 5선 출마를 철회하면서 동시에 대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1개월 넘게 시위가 계속되자 정권을 좌우하는 군부가 움직였다.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알제리 육군참모총장은 1일 발표에서 이달 28일에 임기가 끝나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그 전에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다음날에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알제리 헌법에 따라 앞으로 압델카데르 벤살라 상원 의장이 대선준비를 위해 최대 90일 동안 알제리의 임시 지도자를 맡는다.


시위대 핵심 세력인 라합운동의 나짐 탈렙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벤살라는 부테플리카의 최측근으로 여전히 현정권에 속해 있다"며 "벤살라와 군부는 결국 수감될 것이 두려워 공정한 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제리에도 이슬람 원리주의 계열의 야당이 있긴 하지만 내전 이후 지지를 잃은 데다 사실상 정부의 어용세력에 가깝다. 알자지라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알제리의 정권 이양 과정이 제대로 된 정당 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