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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초반 웃음 참던 한국당, '막판 뒤집기'에 고개 숙여

선거초반 웃음 참던 한국당, '막판 뒤집기'에 고개 숙여
웃으며 개표방송 보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웃으며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9.4.4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연합 지면화상
3일 치러진 4·3 보궐 국회의원 선거는 자유한국당이 통영·고성에서 정의당은 창원성산에서 승리하며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한국당은 개표 후반부까지 후보자들이 선두권을 유지하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개표 초반, 분위기 '후끈' 한국당
"표정관리해. 표정관리"
한국당 의원들은 3일 오후 9시 20분께 '4·3 재보궐 선거' 개표 방송을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로 모였다. 조경태·김광림 최고위원과 정용기 정책위의장, 한선교 사무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 소속 의원 20여 명이 자리했다. 미리 설치된 6개 모니터에선 통영·고성에서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창원성산에선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개표 초기 선두를 달리는 방송이 나왔다. 의원들은 한국당의 약세 지역인 창원성산에서 우위를 점하자 새는 웃음을 참기에 바빴다. 당직자들의 입에서도 "이거 2:0으로 이기겠는데"라는 말이 연신 나왔다. 민경욱 대변인은 누군가와 전화통화 도중 웃으며 "표정관리해야한다"고 했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창원성산 개표 현황을 지켜보며 기자들에게 "개표 시작했는데 1000표 이상 차가 나면 나중에 뒤집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선거초반 웃음 참던 한국당, '막판 뒤집기'에 고개 숙여
굳은 표정으로 개표방송 보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19.4.4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연합 지면화상
◇굳은 표정 '황교안'
선거 기간 동안 창원·성산에 거주하며 지원 유세를 총괄한 황교안 대표는 오후 9시 30분께 당사에 나타났다. 검은 양복 차림의 황 대표는 다소 굳은 얼굴로 당직자들에게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한 뒤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황 대표는 개표 현황을 지켜보는 내내 대부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말도 삼갔다. 황 대표 옆에 나란히 앉았던 나경원 원내대표와 간혹 선거에 대해 말을 하거나 최근 출산한 신보라 의원에게 '몸이 괜찮느냐'고만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황 대표의 차기 리더십이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부담을 가진 모습이었다.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이 특이 사항이 있을때마다 자신의 수첩에 적어 황 대표에게 보여주며 상황을 브리핑했다.

◇승리 소감 준비한 黃
오후 10시 18분. 창원 성산 지역 개표가 55% 진행된 가운데 강기윤 후보가 48% 득표율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5%포인트 차로 앞섰다. 개표가 3분의 1가량 진행된 통영·고성에선 정점식 후보가 59% 득표율로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당선'이라고 적힌 띠를 준비해 가져왔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황 대표에게 "(승리) 결과가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따로따로 나올 수 있으니까 날때마다 소감 발표를 따로따로 하시라"고 말했다. 개표 완료까지 1시간여 이상 남은 시간이었지만 사실상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선거초반 웃음 참던 한국당, '막판 뒤집기'에 고개 숙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4.3 보궐선거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본 후 경남 통영·고성에 당선된 정점식 후보 사진에 꽃을 붙이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fnDB
◇막판 대 역전극에 고개떨군 한국당
오후 11시 10분. 통영·고성에서 정점식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지만 창원성산에선 강 후보와 여 후보간 득표율이 1%포인트 내로 좁혀지며 접전 분위기가 됐다. 이채익, 신보라 등 한국당 의원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하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에게 "어려울 것 같다"는 식의 보고를 했고, 나 원내대표는 얼굴을 찡그렸다. 개표 결과 여 후보가 503표차로 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막판 대 역전극에 정갑윤 의원은 고개를 떨궜고, 조경태 최고위원은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황교안 대표는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통해 "한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이겼고, 매우 어렵다고하는 또 다른 한 선거구에서는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며 모두 승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 원내대표도 황 대표의 손을 잡으며 "창원성산은 굉장히 어려운 선거인데 아깝게 졌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