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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이승석 기자】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과정에서 재선에 도전한 현직 총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비리 의혹을 공모하고 퍼뜨린 전·현직 국립대학 교수들의 낯부끄러운 추태가 드러났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최근 교육공무원법 위반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명예훼손, 무고 등 4가지 혐의로 A교수 등 전북대 전·현직 교수 2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해 10월 전북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직 교수인 B씨를 만나 재선에 도전한 당시 이남호 총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비리 의혹을 생산·유포하기로 공모했다.
B씨는 전직 경찰관을 통해 현직인 이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 내용을 경찰청 본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김모 경감에게 전달했고, 김 경감은 A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경감은 A 교수뿐만 아니라 4명의 교수와 접촉했고 5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A교수는 전북대 동료 교수에게 ‘경찰이 이 총장에 대한 탐문을 시작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장 임용 후보자의 선정과 총장 해임 건의안 의결 등 권한을 가진 교수회,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도 전달되도록 했다.
결국 이같은 추태는 경찰의 내사설로 발전해 대학 내부 게시판과 교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학내 안팎으로 재선이 점쳐졌던 이 총장은 2위로 패했다. 총장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이러한 의혹들을 쟁점화했기 때문이다.
총장선거가 김동원 전북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의 당선으로 끝을 맺었지만 학내에서는 선거 생채기가 여전했다.
전북대 교수 40명은 같은해 11월26일 “국립대학 총장선거가 진행 중인 때, 현직 총장인 이남호 후보자에 대해 내사를 하거나 내사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누군가 유력 후보를 음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는 이런 불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일부 교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내사설을 유포했다고 보고, 교수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경찰은 A교수와 B씨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을 뿐, 나머지 3명의 교수에 대해서는 불기소했다. 이 중 2명의 교수는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행동(휴대전화 교체)을 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수사는 마무리됐다.
추태가 드러난 전·현직 교수들과 접촉하면서 총장선거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던 김 경감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전·현직 교수가 밀었던 유력 후보자는커녕 부적절한 처신을 한 김 경감조차 처벌하지 못하자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된 이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들과 함께 입건한 나머지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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