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범행도구냐, 아니냐'… 흉기 소지 1·2심 다른 판단 왜?

이웃집 개에 물린 것 화가 나 채소 다듬다 흉기 들고 들어가
1심 "흉기 의식한 행동 보여"
2심 "범행에 사용 의도 없어"

'범행도구냐, 아니냐'… 흉기 소지 1·2심 다른 판단 왜?

같은 사건을 두고 법원이 흉기 소지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1심은 흉기를 의식한 행동 자체가 범행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흉기 소지에 대한 고의성을 따져야 한다며 1심보다 형량을 낮췄다.

이웃집 개에 물린 것에 화가나 흉기를 들고 이웃집에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1심은 특수주거침입죄를 적용했지만 항소심은 단순 주거침입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채소를 다듬다 우연히 흉기를 소지한 것으로 판단, 범행에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고 봤다.

■채소 다듬다 흉기 들고 찾아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 특수주거침입, 특수협박,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6·여)에 대해 원심과 달리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6월 경기 화성시의 한 마을에서 이웃집 B씨(여)가 기르는 개에 물린 뒤 사과를 받지 못하자 흉기를 들고 B씨 집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B씨와 그의 딸 C양(17)이 A씨를 경찰에 신고하자 찾아와 "내가 너네 이사를 곱게 가게 놔둘 것 같아"라고 협박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1심은 A씨가 흉기를 들고 이웃집에 침입한 혐의(특수주거침입)를 유죄로 보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채소를 다듬다 잠시 B씨가 집에 있는지 보려했다. 흉기를 휴대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CC(폐쇄회로)TV를 보면 흉기를 꼭 쥐고 피해자 집 안을 들여다보고 흉기를 왼손으로 바꿔 잡는다"며 "흉기를 갖고 있는 점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흉기 소지, 범행 목적 없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특수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본 1심과 달리 단순 주거침입죄를 적용했다. A씨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고 봤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집이 도보로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집 사이 거리를 보면 채소를 손질하다 우연히 흉기를 소지한 채 B씨 집에 갔다는 A씨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며 "범행에 사용할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범행에 쓰려고 흉기를 소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수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형법 320조(특수주거침입)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방실에 침입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재판부는 "A씨는 개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 B씨가 사과보다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화가 나 범행에 이르렀다"며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