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된 규제혁신 과제 31건 중 22건은 건강기능식품 분야였다. 규제혁신 과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보듯 다른 나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연관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수백조원에 달하는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접근성 ↑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건강기능식품의 제품개발·제조·판매 등 제반 규제를 혁신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규제까지 무분별하게 완화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소비자 접근성 향상과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마트·백화점 등의 사전신고 의무를 폐지키로 했다. 이들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다. 또 건강기능식품의 일부 기능성이 단순 삭제됐으면 변경신고를 가능토록 했고, 이력추적관리 시스템은 1년 주기 품목별에서 2~3년 주기 업체별 관리로 전환했다. 온라인 폐업도 가능하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범위를 안전성이 확보된 알파-GPC(인지능력 개선), 에키네시아(면역력 증진) 등 일부 의약품성분까지 확대키로 했다. 의약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건강기능식품에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기능성이 추가된 고시형 기존 원료의 활용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으며 EPA·DHA 함유 제품의 규제는 개선해 제품 개발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에 한해 허용된 기능성표시를 일반식품도 적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허용 범위도 확대했다. 동물실험 결과를 홍보에 쓸 수 있고 광고로 활용 가능한 대상자료 검증기관을 늘렸다. 표시·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는 폐지했으며 허위 표시·광고에 대한 처벌기준은 '식품위생법'상 식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화했다.
이와 함께 제과점 영업자가 만든 빵을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등에 공급하도록 개선하고, 임신테스트기처럼 배란테스트기도 판매업 신고를 면제해준다. 따라서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원전해체물량' 조기발주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원전해체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홍 부총리는 "원전해체 글로벌 시장은 2030년까지 123조원으로 전망되며 국내 시장도 원전 30기 기준, 22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전문기업 및 인력 육성, 자금지원 강화, 주요국과 인력·연구 교류 등으로 원전해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본격 원전해체 시작 전인 2022년까지 해체물량 조기발주, 상용화 연구개발(R&D) 등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선제투자를 추진한다. 우리나라 첫 해체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 착수 이전이라도 원전 기업의 초기 일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공사 △해체공사용 장비 구매 △해체계획서 작성용역 등이다. 국내 원전(30기) 해체 시장은 최소 2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도 육성한다. 아울러 2022년까지 현장인력 1300명 교육 등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기존 원전 인력도 해체 수요에 맞게 단계적 전환을 유도한다. 에너지혁신성장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도 함께 한다. 하지만 국내 신규원전 건설 축소 및 해외 원전수출 난항으로 '원전 산업 선순환'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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