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신고의무가 없는 외국 기업의 대리인이 국내 기업과 공모해 불법으로 자본거래를 한 경우에는 미신고 자본거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5)의 상고심에서 미신고자본거래 유죄로 보고 벌금 1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식품회사 A사의 대리인인 이씨는 2008년 1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국내 식품회사 B사와 공모해 허위로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것처럼 꾸며 미화 8739만 달러(한화 1087억원)를 기획재정부장관에 신고하지 않거나 허가받지 않고서 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외국회사를 대리하는 이씨가 외환거래 신고의무가 없지만, 신고의무가 있는 국내 회사와 공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동정범(다른 사람과 공모해 범죄를 저지른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국내에 적법한 신고 없이 국내 회사들과 사이에 각 자본거래행위를 주관해 진행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향유한 직접적인 행위자로서 처벌돼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은 벌금 1억5000만원, 2심은 벌금 1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씨가 미신고자본거래에 가담해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고 평가된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2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일부 무허가 자본거래 혐의와 관련해서는 "2009년 1월 관련 법조항이 폐지돼 더는 범죄성립이 안 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