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수준 호텔 영업 탈피…테마파크화 통해 경쟁력 확보 주문
제주도의회, 특별법 권한…지역 발전 재원 활용은커녕 되레 ‘발목’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카지노 대형화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 제주도의회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대형화·테마파크화에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02년 국민의 정부 당시 카지노를 통해 제주도 발전에 활용하라는 취지로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정과 함께 파격적인 권한을 제주도에 준 것인데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되레 기존 관광진흥법 규정보다 더 강화된 조례 개정을 통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23일 대회의실에서 '카지노 대형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 을)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에 대한 공론화를 위해 마련됐다.
■ 이상봉 의원 “무분별한 카지노 대형화 차단”
해당 조례 개정안은 카지노 사업장의 소재지 이전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입법예고 단계부터 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기존 호텔 내 하우스 수준의 소규모 카지노를 인수해 변경허가를 받아 확장 이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마카오 뿐 만 아니라, 인천 영종국제도시처럼 복합리조트 및 대형 카지노를 만들어 관광상품화를 추진하려던 관련 기업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
실제로 개정안은 카지노 사업장 건물을 대수선하거나 재건축, 멸실 등 불가피하게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 경우만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의 경우는 변경허가 대상이 아닌 신규허가로 보고 이에 따른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기존 제주신화월드의 랜딩카지노와 같이 사업권을 매입한 후 사업장을 옮기면서 사실상 신규 개점하는 방식을 통한 카지노의 무분별한 대형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은 “카지노 세율 인상이나 지역발전기금 제도화 등 수익환원 차원의 제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변경허가를 통한 카지노 대형화는 안 된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끊임없이 대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카지노 조례 개정안 정책토론회…찬반 ‘팽팽’
이에 따라 이날 열린 토론회는 이 의원을 비롯해 양기철 제주도 관광국장, 신종호 (사)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 이충기 경희대학교 관광학과 교수, 김요한 인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자문위원, 오창홍 사단법인 제주행복드림상담센터 소장,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한 가운데 카지노 영업장 이전 변경허가를 통한 대형화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효과 분석과 영업장 이전을 통한 대형화 방지 등의 정책 방향이 논의됐다.
토론회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무분별한 카지노 대형화로 인해 제주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과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확대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충돌했다.
■ 카지노도시 전락 우려…청정 제주 이미지 타격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카지노는 일반 사업장과 달리 특혜적 성격이 강하고 영구적 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익적 관점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무분별한 카지노의 대형화는 제주도가 마카오처럼 카지노 도시로 전락해 결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카지노 대형화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 개정안, 정부의 ‘복합리조트 육성’ 정책에 역행
이에 신종호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한 중형급 카지노 업체의 게임기구 수는 2천900대로, 제주지역 8개 카지노의 모든 게임기구수(838대)보다 많다”며 “특히 제주도의회에서 추진 중인 개정 조례안은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육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조례 개정안을 두고 역차별 논란도 있다. 현재 도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6개는 외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또 이중 중국계 자본의 랜딩카지노는 지난해 2월 영업장 소재지 이전을 통해 기존 803㎡이던 카지노 영업장 시설 면적을 5581㎡(테이블 165개· 슬롯머신 239개)로 무려 7배나 확장했다.
반면 본사 제주 이전과 함께 기존 LT카지노를 제주드림타워로 확장 이전을 추진하던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개정 조례안이 시행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관광진흥기금↑…카지노업 ‘랜딩’ 효과 '주목'
일각에선 “도내 카지노 8곳의 지난해 잠정 매출액이 5112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제주신화월드로 이전 확장한 랜딩카지노가 전년에 비해 매출액이 10배 가까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며, 카지노 매출액의 10% 범위 내에서 거둬들이는 관광진흥기금도 덩달아 크게 높아졌다”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복합화·대형화를 통해 매출신장과 지역기여 확대방안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를 둘러보는 제주도의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게다가 “정부가 제주도에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 권한을 적극 활용하기는커녕 되레 규제만 강화한다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허가 권한을 모두 중앙정부로 되돌리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이 5억 달러(한화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카지노를 신규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자격일 뿐, 이미 도내 8개 카지노가 경쟁하는 마당에 새로 운영권을 준다는 것은 지자체로서도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업계에선 따라서 기존 소규모 카지노 운영권을 사들인 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의 세계적인 추세인 대형화·복합화를 모색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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