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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기념행사' 南 단독...평화 의지 '더욱' 절실

【판문점·서울=공동취재단·이설영 기자】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우리 측 단독으로 개최된다. 1년 전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과 판문점 선언 이후 현재 남북 관계가 다소 위축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행사를 기반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들의 바람을 일깨우고, 전세계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4·27 기념행사' 南 단독...평화 의지 '더욱' 절실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오른쪽 두번째)이 판문점에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평화 퍼포먼스'에서 선보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리허설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선언 이행의지 확인"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27일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판문점에서 진행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에 앞서 26일 리허설 현장을 공개하는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출연자 인터뷰 및 현장취재, 통일부 장관 인터뷰, 리허설 등으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다시 계기는 자리가 됐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이 함께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정세의 흐름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행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 의지를 다시 한번 확실히 한다는 의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판문점이란 공간이 이전에는 분단 전쟁의 상징이었다면 지난해 4월 27일을 기졈으로 통일과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났다"며 "'4·27 판문점 선언'의 1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곳곳에서 일어났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적 아티스트 다수 참여
이번 행사에는 피아니스트 김광민, 음악 프로듀서 정재일, 소리꾼 한승석,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가수 보아·이수현(악동뮤지션), 미국 첼리스트 린 하렐,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 일본 피아니스트 아야코 우에하라, 플루티스트 아야코 타카기, 설치미술작가 유영호·하태임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기념식수, 도보다리, 평화의 집 앞의 잔디 등에서 리허설을 했다. 대부분이 지쳐 보였지만 리허설을 중단한 사람은 없었다. 린 하렐과 지안 왕도 비교적 고령임에 불구하고 체력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임지영 바이올리니스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미있는 자리에서 연주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이 공연에 대해 굉장히 궁금했는데 실제 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풍요로우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영 바이얼리니스트는 분단의 슬픔과 비극을 넘어 남북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마음으로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할 계획이다.

지안 왕 첼리스트는 "이런 행사에 초청받게 돼 영광이며, 정말 기쁘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면서 평화를 전세계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안 왕 첼리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음악 중 하나로 꼽히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한다. 이 곡은 한국전쟁 당시 아수라장이 됐던 피난열차 안에서 어느 평론가가 축음기를 꺼내 트는 순간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질서가 잡혔다는 이야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린 하렐 첼리스트는 "같은 인간으로서 어려운 국면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격스럽다"며 "이번 공연이 후세대에 물려지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이 곡은 1989년 베를린 장벽 앞에서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로 전세계인의 감동을 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 곳곳 기념행사
행사 당일에는 중립수역 강화에서 비무장지대(DMZ) 고성까지 이르는 평화누리길 500km를 시민들이 손잡고 잇는 'DMZ민(民)+평화손잡기' 행사도 개최된다.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10개 시·군과 해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5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에 참석자들이 약속된 장소로 이동한 뒤 오후 2시 27분에 카운트다운을 한 뒤 손을 잡고, 평화통일 만세 삼창을 할 예정이다. 이어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평화의 춤과 아리랑 노래를 부른 뒤 행사가 마무리된다.

이 날 각 지역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파주 임진각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다.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홍순관, 전인권 씨 등의 공연도 있을 예정이다.

이석행 DMZ평화인간띠본부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많이 어려워졌지만 우리 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아 평화의 불씨를 되살릴 것"이라며 "소련의 붕괴가 임박했던 1989년 8월 발트3국에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남녀노소 시민 200만명이 거리로 나와 620km의 인간띠를 만들어 평화시위를 했던 '발틱 웨이'처럼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열리는 평화 퍼포먼스 본행사에는 주한 외교사절, 일반국민, 유엔사 및 군정위 관계자 등 총 500명이 참석한다. 내외신 취재단도 약 30명 규모로 꾸려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