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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에 도박… 일진의 '검은 진화'

돈 빌려주고 더 많은 돈 요구.. 성인범죄와 갈수록 판박이
추후 발생할 강력범죄 예방 필요

고리대금에 도박… 일진의 '검은 진화'
게티이미지

교내 일진들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주먹만을 앞세워 또래의 돈을 빼앗는 것은 고전 수법이 된 지 오래다. 고리대금업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까지 다양한 수법을 동원, 돈을 갈취하는 등 성인 범죄 '판박이'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 범죄 '판박이'

28일 피해 학생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18)은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돈을 건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라고 A군은 전했다.

A군이 이처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많아서도 아니다. 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돈을 건네주며 '스포츠 도박을 통해 돈을 벌어와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돈을 따면 그나마 괜찮지만, 행여라도 돈을 잃게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A군에게 돈을 빌려준 학생들은 A군의 베팅이 실패하면 '빌려준 돈을 잃었으니 책임을 져라'는 식으로, 빌려준 돈에 더해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일종의 이자 명목이었다. 정해진 이자율 같은 것도 없고, 돈을 갚지 못하면 폭행 등의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비단 A군의 사례 뿐만이 아니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고리대금업과 유사한 형태로 주변 친구들의 돈을 갈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불법추심으로 돈을 회수하는 어른들의 범죄 수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이들은 피해 학생들에게 불법 스포츠 도박 등을 제안하며 피해 학생들이 추가로 돈을 빌리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범죄지능', 합리화 수단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범죄 지능이 상당히 발달해 '이자'와 같은 명분을 가지고 주변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돈을 뺏는 것은 명분이 약하니까 돈을 빌려주고 거기에 맞는 이자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죄책감도 줄이고 나름의 합리화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친구들은 다른 종류의 일탈행위나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기저에는 금전적 욕구 외에도 학교나 사회에서 받지 못하는 인정을 괴롭힘이나 돈을 갈취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인정 욕구도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권 보장에 있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 같은 경우도 청소년 일탈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강력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