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디(피지)=예병정 기자】"글로벌 경기 저점 통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29일(현지시간) '피지 난디에서 열리는 '제22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주요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상회하자 지난 1·4분기 글로벌 경기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정 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낙관론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정 원장은 "미·중 무역협상도 타결 기대가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로 금융여건이 개선되면서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면서도 "종합적으로 볼 때 아직 글로벌 성장세 회복을 확신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우려를 나타낸 부분은 중국 경제였다. 올 1·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6.4%를 기록하는 등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중국 기업의 막대한 부채 등을 고려하면 지속성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 원장은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더 높이 성장하면 부채가 많아도 상관이 없겠지만 성장률이 떨어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지난 2008년 145%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260% 정도까지 늘어났다. 부채가 많이 누적돼있는데 성장률은 (GDP 규모가 커지면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경기)부양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책의 효율성이 낮고 경제구조조정 도 지연되면서 △기업부채 △부동산시장 불안 △자금이탈 등 내재된 구조적 리스크(위험)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 원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있고 앞으로도 (미국은) 유럽연합(EU)·일본과 무역협상이 남아 있고 자동차 관세도 해결이 안 된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이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6개월간 3차례에 걸쳐 올해 GDP 전망치를 0.6%포인트 나 낮추면서 세계경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의 핵심 역할인 조기경보시스템 개선에 대해 정 원장은 "지난 2017년부터는 매일 조기경보체제라고 해서 지역이라든가 금융시장 변수를 나눠서 모니터하고 이걸 다 모아서 매일 조기경보 체제를 금융당국자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조기경보 기능의 핵심은 경제, 금융시장 상황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해 관련 위험을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하여 정부와 민간이 대비토록 하는 것이다. 센터의 모든 연구 기능이 바로 조기경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소스 취득에서부터 정보전달까지 일련의 업무처리 과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라며 "창립 20년 이래 처음으로 뉴욕사무소에 팀장급 직원을 보내 우리나라 새벽 시간대에 뉴욕현지의 생생한 금융정보를 빠르게 수집·공유할 수 있도록 감시체제를 확충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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