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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붓고 아파도 굵은 혈관 안보이면 '하지정맥류' 아닌 '근육통' 가능성 높아

다리 붓고 아파도 굵은 혈관 안보이면 '하지정맥류' 아닌 '근육통' 가능성 높아


초여름 날씨로 옷차림이 얇고 짧아지면서 하지정맥류 환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검붉은 혈관이 뱀처럼 굵게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보통 종아리 뒤쪽이나 다리 안쪽에 생긴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혈액이 다리에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다. 심할 경우 다리와 발에 난치성 피부염, 혈전성 정맥염, 궤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리 쪽 정맥은 중력 반대 방향인 심장 쪽으로 혈액을 운반한다. 하지근육은 물펌프처럼 수축하면서 혈액을 위로 올려 보낸다. 위로 올라간 피가 중력의 영향으로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하지정맥 속에는 얇은 판막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 이 판막이 약해지고 정맥의 탄력이 감소해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정맥이 확장돼 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하지정맥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14만4945명에서 2017년 17만7140명으로 22% 증가했다. 여성 환자가 훨씬 많아 지난해 전체 환자 중 68%(12만680명)가 여성이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여성은 다리에 굵은 힘줄이 보기 싫게 튀어나와 치마나 반바지를 입기가 쉽지 않다.

연령대별로는 40대 2만9623명(24.5%), 50대 3만6011명(29.8%)으로 40~50대 중년 환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하지정맥류 유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로는 서구화된 십습단과 생활습관 변화가 꼽힌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혈관이 끈적해지고 혈전성 정맥염이 동반돼 하지정맥 순환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방바닥에서 먹고 자는 생활문화가 서양식 좌식문화로 바뀌어 하지근력이 약해진 것도 정맥류와 연관된다.

초음파검사와 혈관검사를 이용한 조기검진도 유병률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밖에 장시간 서 있는 업무환경, 운동부족, 과체중, 피임약 및 여성호르몬제 장기복용, 하이힐 착용 등도 정맥류 발병과 연관된다.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체 환자의 20~5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늘면서 증상이 비슷한 근육통을 하지정맥류로 오진해 수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하지정맥류의 초음파 진단은 경험이 많지 않으면 오진하기 쉬워 근육통증을 정맥류로 진단 및 수술하는 병원이 종종 있다"며 "육안으로 굵게 튀어나오고 꼬불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다리가 아프기만 한 것은 하지정맥류가 아닌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는 진행 정도에 따라 푸른 힘줄이 보이지만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실핏줄 상태인 1기, 혈관 직경이 2㎜ 이하의 거미 모양 정맥(거미상정맥)인 2기,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라면 면발과 비슷한 2~3㎜이면서 꼬불꼬불한 3기, 힘줄이 우동 면발 수준인 4~5㎜이면서 여러 개 뭉친 4기, 힘줄이 손가락 굵기인 5기로 분류된다.

대한정맥학회는 3기 이상 정맥류이거나, 하지정맥 혈액이 역류하는 시간이 0.5초 이상이거나, 심한 피부변색 또는 혈전이 동반된 환자에 한해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통증·부종 같은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질환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2~3곳의 병원에 내원해 정맥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심 원장은 "드문 확률로 가족력이 있는 젊은 청년층은 겉으로 튀어나온 혈관이 없더라도 잠복성 정맥류가 있을 수 있어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경미한 하지정맥류는 혈관경화제 주사요법으로 치료한다. 이 치료법은 경화제를 주입해 보기싫은 혈관을 굳혔다가 서서히 없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1~2㎜ 굵기의 실핏줄이 보기 싫게 퍼져 있는 환자에게 미용 목적 치료로 적합하다.

중증인 환자는 레이저 및 고주파수술이 효과적이다. 레이저수술은 정맥 내에 레이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정맥의 내막을 열응고시켜 혈관을 수축, 하지정맥류 증상을 개선한다. 고주파치료는 전기고주파로 늘어진 혈관을 좁게 만들어준다. 이들 치료는 통증이 덜하고, 멍이 들지 않으며, 하루나 이틀 정도만 휴식해도 될 정도로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이밖에 정맥이 손가락만큼 굵어진 경우 문제가 되는 혈관을 묶어주는 결찰술로 치료한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잠들기 전 벽에 다리를 올리고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심 원장은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면 혈액이 심장 쪽으로 되돌아가면서 부종이 빠지고 혈액순환이 개선된다"며 "다리가 무겁고 피곤한 증상을 자주 겪는 사람은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심 원장은 현재 많은 병원에서 시술하고 있는 하지정맥류 치료법인 혈관경화요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럽의 선진 정맥류 치료법을 습득한 뒤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맥류 치료를 시작했다. 2001년에는 대한정맥학회를 창립을 주도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