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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비핵화 이행 안하려고 딴 생각 말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4일 오전 9시께 강원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한 뒤 오전 10시 이후 1발을 더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이를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담보된다"고 무력시위 배경을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를 풀라고 미국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발사체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는 관측이 마음에 걸린다. 사거리 500㎞로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인 데다 한·미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종이어서다. 이는 유엔 대북결의안 위반이다. 그런데도 합참은 북이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가 발사체로 수정했다. 대화의 맥이 끊길까봐 염려하는 정부 입장은 이해되나 사실을 호도해선 사태만 더 꼬인다.

다만 북한의 이번 훈련에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은 빠졌다. 대미협상의 판은 깨지 않으려고 그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미국 측에 '영변 핵시설 폐기 대(對) 주요 대북제재 해제' 카드를 받으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북이 일부 핵시설·물질을 감춰둔 채 '스몰딜' 하자는 요구에 미국이 응하리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의 만류로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절제된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조야의 기류는 여전히 강경 기조다.

북한이 지금 비핵화 대화 트랙에서 벗어나 꼼수를 부릴 때인가. 내부사정도 그럴 계제는 아니지 않나. 지난 3일 공개된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구의 방북 보고서를 보라. 올해 북한 곡물 생산은 최근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주민들을 위해 136만t의 외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부디 북한 정권은 핵보유에 대한 부질없는 미련으로 남한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대북지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 바란다.